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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개혁 대 진보’ 김진경-최순영 ‘서로에 따져묻다’

등록 2008-05-13 11:50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 비서관 “로드맵 부족에 기득권 저항 거셌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참여정부에 교육개혁 의지 있었나”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왜 실패했나?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기득권의 저항에 밀린 탓”이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2008년 대입안의 원래 취지가 훼손되는 과정을 예로 들었다. “처음에 없던 대학별 논술이 대학들의 강력한 주장 속에 슬그머니 들어갔고, 수능등급제도 애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면서 상대평가 내신까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됐다”고 했다.

이렇게 된 데는 물론 정부 탓이 크다. 김 비서관은 “당시 교육혁신위의 교육개혁안은 상당히 이상적이어서 현실성이 많이 떨어졌다. 가령, 학생이력철을 도입하자고 했는데, 이걸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중간단계가 있어야 했다. 그런 과정이 없으니 학부모들이 어떻게 따라오겠는가. 대학입시를 점수로 하느냐, 아니면 창의력이나 잠재력으로 평가하느냐, 그런 선택의 문제인데, 그 중간 과정이 있어야 했다”고 자평했다. 로드맵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범 진보 진영’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정책을 해보니 진보 진영의 힘은 단 한줌에 불과했다. 그러나 보수 기득권층의 힘은 막강했다. 진보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했지만 진보 진영 내부가 사소한 견해 차로 극단적으로 대립하기도 했다. 네이스(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 싸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대표적 교육통인 최순영 의원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진보진영에 성숙한 담론과 전략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일부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책 집행의 권한을 가진 참여정부에 과연 개혁 의지가 있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참여정부와 민주당 자체가 교육 개혁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부족했던 것이 핵심적인 실패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 비서관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 비서관
그렇다면 지금 진보 진영이 내놓고 있는 대안은 어떻게 봐야 하나?

김 전 비서관은 “교육은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 로드맵이 잘 안보인다”고 했다. 그는 민노당 등 진보 진영이 학벌 사회 해소를 위해 내세운 대학 평준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대학 평준화가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면 결국 공허한 주장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대학 서열화를 깨기 위한 첫 단계로 서울대를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학부를 대폭 축소하고 대학원 중심으로 가면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서울대는 거부하더라. 그만큼 학벌에 대한 기득권이 견고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학 평준화가 과연 가능할까.”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세금 문제를 함께 얘기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침을 놨다. “우리 조세부담률은 25% 수준인데 반해 무상교육을 하는 유럽 선진국은 40%대다. 유럽의 무상교육은 바로 세금에서 나온 것”이라며 “참여정부가 부동산 세율을 올리려고 했더니 종부세 대상이 아닌 일반 서민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이런 상태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문제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진보 진영이 나설 필요가 있다. 이는 서민들의 정서를 파고들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대학 평준화는 서울대 중심의 입시 서열화 구조를 깨자는 것이지 교육 과정을 평준화하자는 게 아니다. 대학별로 경쟁력있는 학문을 육성하도록 지원하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대가 농대부터 법대까지 모든 학과에서 최고의 학벌로 군림하는 구조를 깨고, 각 대학이 학문적 특성을 살려 대표적인 학과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제주대를 관광 명소인 지역적 특성을 살려 관광학 분야에 강점이 있는 대학으로 육성하는 식이다.

무상교육에 대해서도 “김 전 비서관의 지적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예산을 확보하려는 의지”라며 “도시 빈민이나 농산어촌 등 저소득 계층부터 무상교육을 하는 등 단계적인 로드맵이 가능하고 대기업에 교육세를 물리게 하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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