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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게 사과냐” 상처에 소금 뿌렸다

등록 2008-01-22 22:02수정 2008-01-23 09:41

태안군수 “삼성이 일류라면…”
“이런식의 사과는 필요없다. 재앙을 일으켰으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한겨레>를 제외한 22일치 신문에 일제히 난 삼성중공업의 사과문 광고를 본 진태구 충남 태안군수는 “남의 얘기하듯 겉치레 말로 포장한 이런 것을 사과 성명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즉각 삼성 쪽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태안 군민은 지금 긴급 생계비를 지원받을 정도다. 삼성이 일류기업이고 양심적인 기업이라면 오염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진정성도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을 거듭했다.

태안군의회 이용희 의장은 “크레인선이 아홉차례나 유조선에 부딪쳐 기름을 유출시킨 사실을 온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이렇게 책임을 회피할 수가 있느냐”며 “억울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다. 강력한 투쟁으로 삼성에 무한책임을 묻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를 당한 태안반도와 인근 보령·홍성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더 거세지고 있다.

정낙추(57) 태안군 소원면 모항1구 어민대책위원장은 “이번 사고로 평화롭게 살던 주민들이 생계 걱정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데 겨우 눈가리고 아웅하듯 이런 형식적이고 밋밋한 내용을 발표하려고 50여일 가까이 보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민 구본춘(46·양식업)씨는 “검찰에서 쌍방 과실로 발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정성 없는 사과문을 발표해 주민들을 또다시 절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 과연 초일류 대기업인 삼성에서 할 짓이냐”며 “이런 식의 사과 발표는 절망에 빠진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만 할 뿐”이라고 삼성을 거칠게 비난했다.

보령·홍성 피해대책위원장인 박종학(45) 주교어촌계장은 “사과문을 읽어봐라. 말로는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하는데 사실 기름유출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과 같다. 자연재해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로 치부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는 삼성에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충남 태안지역 주민들은 23일 대규모 상경 시위를 벌인다. 태안유류피해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주도하는 이날 시위에는 3천여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낮 1시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유조선 충돌사고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에 철저히 책임을 추궁할 것을 요구하며 태평로 삼성 본관까지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만약 거리행진을 경찰이 봉쇄할 경우 대표단이 삼성 본관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현장에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태안/손규성 기자 sks219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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