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일간신문에 사과문을 실은 22일 오후, 태안읍 남문리 거리의 보도를 따라 ‘삼성그룹은 태안바다를 살려내라’는 대형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태안/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녹색연합·참여연대 등 “중과실 입증 재조사해야”
“법적 피해배상 이전에 정부 보상 필요” 지적도
“법적 피해배상 이전에 정부 보상 필요” 지적도
검찰의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수사 결과에 반발한 시민·환경단체들이 삼성중공업의 중과실 책임 규명을 위한 범국민 고발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참여연대,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전국연맹, 환경연합, 환경정의 등 여섯 단체는 22일 낮 11시30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는 사고의 원인을 단지 삼성의 용역을 받은 회사 직원들의 과실 또는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있다”며 “삼성 쪽의 중과실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범국민적인 고발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고려대 법대 교수)은 “검찰이 삼성중공업의 중과실을 입증하고 현장 관리·감독 책임자를 조사해 처벌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록 열람을 통해 삼성중공업의 임원 등 고발 대상자를 명확히 한 뒤 고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 피해 어민들과 각종 시민·환경단체 활동가, 자원봉사자 등을 중심으로 고발인단을 모을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검찰이 삼성그룹 법무팀과 삼성중공업 책임자들의 대책회의와 피의자들의 수사 방해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출항 전 회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고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해양 기름오염 사고는 사고 선박과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최대 3천억원까지 배상 책임을 지는데, 사고를 낸 선박의 고의나 무모한 행위가 있었을 경우 피해 규모가 3천억원을 넘더라도 무한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들은 삼성중공업 쪽이 풍랑주의보 속에서 무리하게 선박을 운항해 사고를 냈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해줄 것을 촉구해 왔다.
박 소장은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이런 기대에 비춰 미흡하지만 피해 배상 문제는 민사 재판을 통해 가려질 문제여서 지금 낙담할 필요는 없다”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민사소송 이전에 실제적인 피해 배상이 중요한 만큼, 1999년 유조선 에리카호가 좌초했을 때 프랑스 정부가 먼저 배상을 한 뒤 9년 만에 선박회사와 정유회사를 상대로 승소한 사례처럼 정부가 먼저 배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또 “‘유조선 회사가 1차 잘못이 있어 삼성이 먼저 배상할 수 없다’거나 ‘중과실이 입증되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내 국부가 유출된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헛소문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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