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삼성 비자금 의혹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의 ‘고발’에 대해 보복성 폭로설, 편지 협박설 등을 제기하며 흠집내기와 허위사실을 유포해온 일부 언론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26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 재산은 100억원이 넘지 않고, (소득에 대한) 세금이 40.8%다. 지금까지 나온 학교에 기증도 하고, 어려운 학생들 등록금도 대주고 했다”며 “이제 와서 말씀 드리는 것은 저와 제 가족의 운명을 걸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와 관련 “허위사실로 저와 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조선일보, 연합뉴스, 데일리안 등 일부 언론사와 악의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삼성 이건희(회장)와 전략기획실 임직원 및 전 법무실장 이종왕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제가 이번에 사회 주류세력인 조선일보와도 소송을 한다”며 “공개적으로 수사를 요구하니 공적인 수사기관에서 밝혀주고, 언론인 여러분이 취재를 해서 밝혀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사건 수습 책임을 맡아오다 지난 10일 삼성 전략기획실 법무실장직을 사직한 이종왕 변호사는 삼성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라며 “그는 사실을 교묘히 조작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삼성은 지난 5일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사적 감정에 의한 보복성 허위 폭로”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 자료에서 “김 변호사가 회사 재직시절 100억원 이상을 받았고, 퇴직 후 3년 간 고문변호사로 매월 2200만원씩 받았다. 회사 재직과 고문변호사 기간 중에는 침묵하고 있다가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고발 이후 삼성을 비롯한 일부 언론의 김 변호사 ‘도덕성 흠집내기’에 일체 대응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26일 “친한 홍보팀 임원은 내가 룸살롱 마담과 바람이 났다고 소문을 내고 다닌다. 그러면서 밤에 내게 전화해서 괴롭다고 말한다”라며 “‘삼성 내에 호남 사람들 짤린다’ ‘검찰 출신들 임원들이 불편하다’ ‘(김용철이) 총선에 나가려고 한다’ ‘(삼성으로부터) 30억 갈취하려다 실패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해, 음해성 소문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법적 대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고소 방침을 밝힌 이들 언론은 김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사건 폭로 이후 김 변호사의 신상 문제를 제기하며, ‘삼성의 불법 비자금’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대신 김용철 변호사 인신 공격을 통해 문제의 확산을 덮으려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