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의 사표가 수리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세청 1층 로비에서 한 직원이 국세청 홍보 게시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 게시판에는 전 청장의 사진과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이라는 전 청장의 2007년도 신년사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군표 청장 구속에 시민단체들 “개혁” 목소리
업체들 “예상 추징세액 20% ‘뇌물·접대’ 일반적
국세청은 “조직개편 뒤 모두 사라진 일” 펄쩍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구속으로 국세청 부패 구조의 일단이 드러났다. 국세청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부패 구조의 한 측면은 ‘뇌물’이고 다른 한쪽은 ‘상납’이다. 우선 국세청에 대한 로비와 뇌물을 통해 세무조사를 피하거나 세금 추징액수를 줄일 수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또 이렇게 받은 뇌물이 국세청 내부에서 상급자에게 상납되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모두 지금은 사라진 일들”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지난 1999년 안정남 청장 시절 ‘제2 개청’을 내세우며 지역담당제(지역별로 담당 세무공무원을 두고 그 지역 내 기업·자영업자를 관리하는 제도)를 없애고 국세청 조직을 전면 개편한 뒤 구조적으로 비리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솔직히 지역담당제가 있던 시절에는 주로 명절이나 휴가 때, 일년에 3~4번 정도 ‘떡값’을 관할 기업들로부터 받아 이 중 일부를 상급자에게 상납하던 관행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고, 전목일구(田-目-日-口)라는 표현도 그래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전목일구란 떡값을 받아 본인-계장-과장-세무서장이 나누던 관행에서 차차 상납 대상이 줄어, 지금은 뇌물을 받은 담당자만 독식하게 된 변화를 말하는 은어다. 이 관계자는 “지금 뇌물을 받는 직원은 순전히 개인적 차원의 일탈이고 극소수”라며 “상납도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전 전 청장의 혐의를 보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상납은 김상진씨에게 1억원을 받기 전인 지난해 7월 취임 당일부터 시작해 정기인사가 끝난 지난 1월까지 이어진다. 단순히 인사 청탁을 위한 돈이 아니라 관행적 상납이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설사 과거와 같은 조직적 관행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은밀하고 개인적인 차원의 뇌물과 상납은 아직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국세청 한 간부는 “상납 관행은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인사 혜택을 입었다면 모르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세무조사 관련 비리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주로 상대하는 한 공인회계사는 “경험상 국세청 실무자에게 돈을 건네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된다”며 “사안에 따라 몇십만원에서 천만원대까지 액수가 달라진다”고 털어놓았다. 또 “술은 별도로 사야 하고 뇌물과 술값을 포함한 적정 액수는 세무조사를 받았을 경우 추징 세액의 20% 정도”라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도 “관내 세무서장 시절부터 만난 국세청 간부들과 식사나 골프를 하며 친분을 다진다”며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가끔 세금과 관련한 청탁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국세청 간부에게 건네는 떡값은 검찰보다 공(0)이 하나 더 붙는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의 대수술을 요구하는 비판 여론 또한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7일 “국세청 조직 전체가 세금을 깎아주며 뇌물을 받고 이를 상납하는 부패 구조가 존재한다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국세청에 대한 감사원과 검찰의 전면적인 조사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부지런히 일해 꼬박꼬박 세금 내는 서민들만 억울한 일”이라며 “이번을 기회로 그간 관행이라 여겨졌던 국세청의 권력남용에 제대로 메스를 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권 말이라는 한계 때문에 국세청의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 임기 말이라고 공직자에 대한 부패 조사와 수사가 유야무야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업체들 “예상 추징세액 20% ‘뇌물·접대’ 일반적
국세청은 “조직개편 뒤 모두 사라진 일” 펄쩍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구속으로 국세청 부패 구조의 일단이 드러났다. 국세청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부패 구조의 한 측면은 ‘뇌물’이고 다른 한쪽은 ‘상납’이다. 우선 국세청에 대한 로비와 뇌물을 통해 세무조사를 피하거나 세금 추징액수를 줄일 수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또 이렇게 받은 뇌물이 국세청 내부에서 상급자에게 상납되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 상납 일지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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