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만 믿다가 “수사권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회피
청와대는 7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이번 사건 와중의 청와대 책임론에 대해서는 애써 비켜갔다.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가 현직 국세청장이 구속되기까지 사실상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가 강제적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고, 검찰이 수사 내용을 일일이 청와대에 보고하지도 않는다”면서 “국민에게는 낯설겠지만 청와대는 원칙을 지키고 감당할 부담은 감당하며 선진사회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특히 전해철 민정수석 인책론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상황에서 인책론 얘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존중하며 수사에 간섭하지 않은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원칙을 지킨 것인만큼 참모들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비현실적 변명으로 보인다. 변양균 전 정책실장 사건 당시 그의 변명성 주장만 대변하며 문제를 키웠던 민정수석실이 이번에도 똑같은 과오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은 ‘취임 당일 1천만원 수수’ 혐의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을 뿐더러, 법원이 ‘현직 청장이란 지위가 지휘계통에 있는 참고인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대변인도 “취임식날 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파악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청와대가) 구속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던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이 검찰 수사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것도 문제지만, 전 전 청장의 진술만 믿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초래한 것은 더욱 문제다. 이와 관련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 인사는 “내부에서 민정수석실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사안이 복잡해 어쩔수 없는 측면도 있어 일일이 말로 옮길 수 없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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