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비비케이(BBK)에 대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의사결정권 조항이 들어간 정관 변경안을 받은 다음날 엘케이이(LKe)뱅크에 대한 5억원 투자를 결정했던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이는 하나은행이 비비케이에 대한 이 후보의 실질적 지배력을 보고 투자에 응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겨레>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엘케이이뱅크는 2000년 6월21일 하나은행 쪽에 비비케이의 변경된 정관이 담긴 팩스를 보낸 것으로 나온다. 하나은행은 다음날인 22일 엘케이이뱅크에 5억을 투자할 것을 제안하는 품의서를 작성했다. 하나은행 오아무개 과장에게 전송된 이 팩스에는 ‘이사회 과반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비비케이 변경 정관 30조 2항이 담겨 있다. 오아무개씨는 이날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품의서를 공개한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하나은행이 이 정관 내용을 보고 엘케이이뱅크 투자를 결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변경된 이 정관을 김경준씨가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엘케이이뱅크가 비비케이의 지주회사로 표기된 영어 소개책자도 추가로 발견됐다. <한겨레>가 확보한 ‘이뱅크코리아’의 영어 소개책자에는 엘케이이뱅크가 비비케이를 소유하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로,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 그리고 하나은행이 대주주로 명시돼 있다. 이 자료는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본 옵셔널벤처스 소액투자자들의 변호사가 지난해 4월27일 김경준씨와 소송 과정에서 미국 법정에 낸 것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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