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논란을 둘러싼 쟁점
한나라 “품의서는 잘못 작성된 은행 내부문건” 해명
당시 은행 관계자들 “얘기할 수 없다” 의혹만 커져
당시 은행 관계자들 “얘기할 수 없다” 의혹만 커져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본 옵셔널벤처스 소액투자자들의 변호사가 지난해 4월27일 김경준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미국 법정에 낸 ‘이뱅크코리아’ 소개책자 15쪽 내용. 엘케이이(LKe)뱅크가 지주회사(Holding Company)로,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 하나은행이 대주주로 명시돼 있다.
비비케이(BBK)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표였던 엘케이이(LKe)뱅크의 자회사로 표기한 하나은행 품의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품의서는 하나은행이 두 회사의 관계를 잘못 알고 작성한 내부 문서”라고 주장했고, 하나은행 쪽도 29일 “품의서는 (엘케이이뱅크 공동대표인) 김경준씨 설명만을 토대로 작성해 실제 지배구조와는 다를 수 있다”고 한나라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해명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들도 당시 투자 과정의 자세한 경위에 대해선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다. ■ 누가 하나은행 투자 유치했나?=한나라당은 지난 28일 “김경준이 하나은행 투자유치 설명회를 했으며, 따라서 하나은행은 김경준의 설명에 근거해 엘케이이뱅크를 이해했을 것이고, 이를 오인해 품의서를 작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비비케이를 엘케이이뱅크의 자회사라고 품의서에 표기한 것은 김경준씨에게 속은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씨도 2차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백준씨 본인도 이 사실은 인정한다. 김백준씨는 이 후보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는 하나은행이 김경준씨가 아니라 이 후보를 보고 투자에 응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후보와 김승유 하나은행 회장은 학연을 통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씨도 “이명박 후보가 하나은행이 투자할 것이라고 하더니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 하나은행 관계자들은 모두 김백준씨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얘기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 이명박 후보의 의결권을 보장한 정관의 진위=엘케이이뱅크는 2000년 6월21일 하나은행에 비비케이의 변경된 정관이 담긴 팩스를 보낸다. 수신자가 하나은행 오아무개 과장으로 돼있는 이 팩스에는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 동의 없이는 비비케이가 어떠한 의사결정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변경된 정관(30조2항)이 담겨 있다. 하나은행은 이 팩스를 받은 다음날 엘케이이뱅크에 5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품의서를 작성해 사장 결재를 받는다. 하나은행이 이 팩스를 통해 이 후보가 비비케이의 실질적 소유주임을 확인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 쪽은 이 정관을 김경준이 위조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문제의 이 조항은 엘케이이뱅크와 이뱅크증권중개 등 이 후보가 관여한 3개 회사의 정관에 똑같이 들어가 있다. 김경준씨도 “하나은행이 위조된 정관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겠느냐”며 위조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 김경준의 자술서 진위 공방=한나라당은 “비비케이 지분은 100%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돼있는 김경준의 2001년 3월10일 금융감독원 서면 답변서를 이 후보와 비비케이의 무관함을 입증하는 유력한 물증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직인과 서류 양식 등을 볼때 문제의 서류가 금감원 것과 다르다고 답했다. 김경준씨도 “그런 진술서를 쓴 적이 없고 그 정도의 한국어 구사능력도 없다”고 진술서를 쓴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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