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위를 지닌 예술대학 교수 현황
신정아씨 사태로 본 학계 학벌중시 풍토
“대학들 임용때 외국학위 취득자에 가산점”
국내 5개대 음·미대 교수 10명중 둘만 ‘토종’
“대학들 임용때 외국학위 취득자에 가산점”
국내 5개대 음·미대 교수 10명중 둘만 ‘토종’
서울 한 대학교 교수이자 스타 큐레이터로 거침없이 달려 온 신정아(35·여)씨의 추락은 ‘실력’보다 ‘학력’을, ‘능력’보다 ‘수완’과 ‘인맥’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승승장구했지만…=신씨의 박사학위 위조가 들통난 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예술계의 한 인사는 “신씨가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재직 당시 국민대 시간강사로 출강했는데, 시간을 지키지 않기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동국대의 한 관계자는 “신씨는 재미있는 강의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해에만도 ‘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 ‘김세중 조각상 20주년 기념전’, 한-프랑스 수교 120돌 기념 ‘알랭 플래셔’전 등 굵직한 미술전을 치렀다. 2003년에는 성곡미술관의 ‘뉴욕 다국적 디자이너’란 전시로 <월간미술>이 주관하는 전시기획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술계에선 “뜻밖의 결과”라는 분위기가 있었으며, “외부에서 기획한 전시를 자기 것으로 포장해 상을 받았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뒷말에도 불구하고 신씨는 결국 동국대 교수로 임용되고 광주비엔날레 총예술감독에까지 내정되는 등 미술계에서 승승장구해 왔다.
‘학력’의 굴레=이처럼 큐레이터로 화려한 길을 걸어온 신씨가 왜 박사학위까지 위조하는 무리수를 썼을까?
광주비엔날레 이기신 사무국장은 “총감독 선정 기준에 학력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박사학위 등을 안 쓰고 경력만 제대로 썼으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자승자박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강단에 서기 위해선 외국 유명대학의 박사학위가 필요한 게 엄연한 우리 사회의 풍토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씨가 보여준 역설적 현실인 셈이다.
인문학 분야에서 국내 박사학위를 딴 ㄱ씨는 “임용을 위한 서류 심사 때 외국 학위 취득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 사회과학대 교수 임용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국내 박사 ㄴ씨도 “뭘 공부했느냐가 아니라 미국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한겨레>가 서울·연세·고려·이화여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다섯 대학을 대상으로 음대·미대 교수의 학위 취득 학교를 조사한 결과, 국내 학위를 가진 사람은 21.3%에 불과했다.(표 참조)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의 이공훈 상임운영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외국 대학에서 받아 온 ‘간판’이 대접받고, 국립대·일류대일수록 ‘순혈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최원형 하어영 기자 hongbyul@hani.co.kr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의 이공훈 상임운영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외국 대학에서 받아 온 ‘간판’이 대접받고, 국립대·일류대일수록 ‘순혈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최원형 하어영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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