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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함정단속에 구금 공포 ‘코리안 악몽’

등록 2007-02-12 19:05

최근 강제단속에 따른 이주노동자들의 피해사례(2005~2006)
최근 강제단속에 따른 이주노동자들의 피해사례(2005~2006)
신분도 안밝힌채 다짜고짜 ‘수갑 철컥’
정보지에 구인광고 내 ‘굴비 두릅 엮듯’

가리봉동 등 현장 ‘분노의 목소리’

불법체류 신분이거나 그런 처지에 놓여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과 보호실의 구금에 강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법부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지만, 단속반에게는 죄인 취급을 받기 일쑤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인 거리’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찾은 중국동포들이 12일 오후 한 잡화점 앞에 앉아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인 거리’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찾은 중국동포들이 12일 오후 한 잡화점 앞에 앉아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혼자서 지하철 타기가 겁나요”=“어제 텔레비전을 보면서 너무 격분했어요. 나도 2년 전 사흘 동안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갇혀 있었는데, 죄수 취급을 받는데다 복도 맞은편 여자 체류자들이 우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때 일이 잊혀지지 않네요.”

12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국동포 박기춘(49)씨는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얘기가 나오자 숟가락을 내던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여수보호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개료로 7만~8만위안(1천만원)씩 빌려서 온 사람들인데, 잡혀서 중국으로 돌아가면 거지가 될 판이니 죄수 취급 당하면 울분이 터지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기 안산의 시장골목에서 만난 중국인 미등록 노동자 후나이푸(38)도 “이곳 외국인거리는 단속이 많지 않아 안전한 편이지만 여기를 벗어나면 무섭다”며 “혼자서는 지하철 타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무조건 그냥 따라와”=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펴낸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는 당국이 미등록 외국인을 연행한 장소의 절반은 직장이고, 길거리에서 연행된 것도 25.6%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본인 동의를 얻거나 영장을 제시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불법체류자를 연행하려면 보호명령서를, 연행을 위해 집에 들어가려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해야 하지만, 영장이나 보호명령서를 제시하고 내용을 설명한 뒤 연행한 경우는 전체의 13.7%에 지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출입국관리국 직원임을 밝힌 경우는 전체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48.7%).

합법체류 외국인조차 자신이 연행당하는 이유도 모르는 채 끌려가는 경우가 있다. 2003년 입국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 이란인 남성은 2005년 평소 알던 공장의 사장과 이야기를 하던 중 들이닥친 단속반원들에게 수갑에 채워진 채 연행됐다. 휴대전화마저 빼앗겨 아내에게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내 외국인등록증이 나오면 연락하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해도 철저히 무시됐다.


수갑도 예사…함정단속도=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그 쓰임이 규정된 수갑 등 경찰장구도 마구잡이로 꺼내든다. 이 때문에 손목에 멍이 드는 등 신체적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79.7%가 끌려가는 과정에서 이런 인권유린을 경험해야 했다.

단속 과정에서 재산상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인권위 보고서에는 “출입국 관리 공무원들이 밤에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와 문을 부수고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잡아간다. 단속 방식이 범죄에 가깝다”는 증언도 들어 있다.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이른바 ‘프락치’를 고용해 함정 단속을 하기도 한다. 42살의 중국 동포는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나갔다가 다른 미등록 외국인들과 함께 붙잡혀가는 경험을 했다. 이른바 유인단속에 걸린 것이다. 그는 “공무원들이 광고를 내 중국동포들을 잡아간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최원형 정옥재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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