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원인따라 액수·절차 달라져
유족과 합의 안될땐 소송 가능성
유족과 합의 안될땐 소송 가능성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 차원의 배상 문제가 사건 처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배상의 범위와 절차와 관련해, 정부는 공식적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된 뒤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화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화재 원인에 따라 배상 액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가시설에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책임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엔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정부 고위당국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설에서 외국인들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외교마찰 여지가 있는 등 민감한 상황”이라며 “원인이 어떻든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도 “정부가 배상 책임을 지고, 유족들과 협의해 배상 규모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외국인들의 사고 처리에 대한 별도의 국제법적 규정이나 관례는 없으며, 현재 진행중인 한중 영사협정에 대한 협의에서도 ‘사건·사고에서 자국민을 보호 처리할 권한이 있다’는 정도를 거론하고 있을 뿐, 자세한 배상 규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사건을 별도의 국제법 규정 등이 아닌, 국내법인 국가배상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나 공공시설의 설치, 관리상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에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도에 따라 적절한 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국가배상법을 이번 피해자들에게 적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유족들이 어떤 법에 따라 배상을 받으려 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배상액이나 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유족들과 합의해 배상 또는 보상을 하겠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소송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국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우즈베키스탄의 주한 대사관쪽은 12일 “현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우즈베크 정부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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