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초록마을, 강남과 비강남 매출액이 평균 2배 차이나
경제 발전으로 ‘밥을 굶는’ 시대는 갔지만, 같은 먹거리라도 ‘출신 성분’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등급 차이는 바로 가격 차이를 뜻하므로,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밥상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근래 ‘참살이’(웰빙)나 ‘건강 챙기기’ 열풍에 힘입어 유기농이나 국산 농산물을 이용하는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식품 전문업체인 ‘한겨레 초록마을’에 따르면 올해 유기농 시장의 규모는 6천억~7천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3분의 1 규모다. 2010년이면 1조2천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유기농 식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넓어지고 있지만, 유기농 식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 수준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반 식품과 친환경 유기농 식품의 가격은 1.5~3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당장 주머니 형편이 빠듯한 가정에서 최고 3배나 비싼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망설임 없이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소득수준에 따라 친환경·유기농 식품의 소비 정도에도 차이가 난다. 서울에만 50곳의 가맹점을 둔 초록마을의 경우, 강남 지역과 다른 지역의 매출액 차이는 평균 2배에 이른다.
매출액 차이가 크다 보니, 아예 고소득층 소비자를 타깃으로 마케팅하는 업체도 나왔다. 유기농 자연식품을 판매하는 ‘올가푸드’는 아예 강남권(반포·압구정·대치·방배)과 목동, 그리고 분당·일산 등 신도시에만 직영매장을 두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주 고객이 건강을 생각하는 40대 이상의 부유층 주부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려 장년층 이상·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은 1차 산업 상품인 농·축·수산물 위주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9월 시장경영지원센터가 한국물가협회와 전국 각지의 재래시장 및 대형 마트들의 한가위 제수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30.6%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에선 의류, 잡화, 문구 등 ‘2차 산업’ 제품을 파는 점포들이 대거 폐업하고 야채, 과일, 생선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공산품은 대부분 대형 마트에 시장을 빼앗긴 반면, 돈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산업 제품들은 아직 가격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실제 시장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전국 659곳의 ‘골목시장’ 수준 재래시장의 경우 농축수산물·음식 상점이 5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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