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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친북조직 ‘일심회’ 이름부터 특이해

등록 2006-10-29 19:13수정 2006-10-30 00:20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기존 사건과 비교해보니
‘-전선’ ‘-동맹’ 등의 옛 이름과 확연히 차이
하부 조직원들 직접 북한과 접촉하게 하고
노동당 입당 전에 지령받은 점도 달라

국가정보원이 수사 중인 ‘북한 공작원 접촉 의혹 사건’은 과거 학생운동권 인사들이 연루됐던 지하조직 사건과 여러모로 차이가 난다. 국정원은 장민호(44·구속)씨가 이정훈(43·구속)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등을 포섭해 친북조직인 ‘일심회’를 결성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씨 등은 “일심회라는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북한 접촉 ‘관행’ 파괴=국정원은 장씨가 북한과 통신하면서 이정훈씨를 지난 3월 중국에 보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게 했고, 손정목(42·구속)씨는 6월, 최기영(40·구속)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은 지난해 8월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장씨가 자신이 포섭한 이들을 북한 공작원과 직접 접촉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선 연계’와 ‘점 조직’을 특성으로 하는 비밀 지하조직의 기존 관행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조직의 최상층부 인사만 북한과 접촉하고 그가 하부 조직원들에게 지시하는 형태를 띠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중부지역당 사건에서도 황인오씨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북한과 접촉하지 않았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안진걸 한국청년연합회 실행위원은 “‘일심회’라는 이름도 과거 지하조직의 이름과 비교하면 매우 특이하고, 조직의 실체가 지하당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연계된 조직 사건들의 경우 ‘△△당’ 또는 ‘△△전선’ ‘△△동맹’ 등의 이름을 가졌던 것에 비춰볼 때, 조직 건설 초기에 국정원에 적발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일심회’라는 이름은 낯설다는 것이다. 일심회가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의 강령을 원용한다”고 한 부분도 지하조직들이 자체 강령과 당헌을 갖췄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노동당 가입 전부터 지령 받아?=장씨가 1989년 동유럽을 거쳐 처음 북한을 방문해 간첩 교육을 받고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93년 2차 방북 때 조선노동당에 입당했다는 주장도 이전 사건과는 사뭇 다르다. 이전 사건의 수사결과를 보면, 대부분 노동당에 가입시킨 뒤 지하당 구축 등의 지령을 내린 것으로 돼있다.

중부지역당 사건의 경우, 황인오씨는 1990년 한국에서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현지 입당을 한 뒤 방북해 밀봉교육을 받고 노동당에 정식 입당한다. 그 뒤 한국에서 지하당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에서도 김영환씨 등은 89년 남파 간첩에 포섭돼 국내에서 현지 입당을 먼저 한 뒤, 91년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김씨는 그 뒤 국내에서 ‘반제청년동맹’을 주축으로 민혁당을 건설한다. 장씨의 변호인은 “장씨가 89년 지하당 건설 지령을 받고 93년 노동당에 가입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짜맞췄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며 “장씨는 노동당 가입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조직과 연계됐나=현재까지 일심회의 하부 조직이나 국내 자생 조직과의 연계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옛 간첩단 사건들은 북한과 접촉한 인사가 국내의 기존 조직과 결합하거나 기존 조직을 토대로 지하당을 건설하는 방식이었다. 중부지역당 사건은 황씨가 국내의 자생적 조직이었던 ‘95년 위원회’의 총책 등을 포섭하면서 대형화됐고, 민혁당도 기존에 있던 반제청년동맹을 기반으로 했다.

국정원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른 조직과의 연계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운동권 사정에 밝은 이들은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한 인사는 “이번에 구속된 사람들이 시민운동이나 민중운동 진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아니다”며 “연계된 조직이 있었다면 이전처럼 한꺼번에 대규모로 연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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