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뉴스 분석] 법-검 갈등 왜? 사법개혁 힘겨루기 연장전
부쩍 는 영장기각 검찰 자극
부쩍 는 영장기각 검찰 자극
21일 정상명 검찰총장의 유감 표명으로 다시 불붙은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하’ 논란에서 촉발됐지만 그 뿌리는 ‘공판중심주의’에 가닿는다. 검찰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어느 선까지 인정하느냐를 놓고 벌이던 법원과 검찰의 물밑 신경전이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 조서를 둘러싼 두 기관의 힘겨루기는 지난해 5월 사법제도개혁 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사개추위는 피고인이 검찰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도록 초안을 마련했지만 검찰의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결국 사개추위는 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됐을 때 증거능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선에서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법원이 공판 과정에서 조서의 증거능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이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법원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이 최근 영장 발부를 엄격하게 한 것도 검찰을 자극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7.7%였던 구속영장 기각률이 이달 들어서는 12일까지 25% 수준으로 높아졌다. 부산지법과 수원지법도 각각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검찰은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과 성인 오락기 비리 의혹 수사에서 잇따라 영장이 기각되자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은 법원의 변화가 수사 환경의 악화를 초래한다고 보고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반발이 심하지만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엄격한 영장 발부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진술거부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낡은 수사 관행과 무분별한 영장 청구를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법조계 안팎에 널리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 대법원장의 표현 방식이 조금 거친 측면이 있지만 그 내용은 타당하다는 데 법조계가 공감하고 있다”며 “법조계가 대법원장의 발언 내용을 차분히 검토하고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대법원장의 말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에 대해, 그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칠 수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변호사 관련 발언’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21일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어 대법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실 입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도 성명을 내어 “대법원장이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법조삼륜이 유지해 온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대법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국가기관으로서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함은 다름이 없다”며 “법원의 재판 중에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되돌아 보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거나 오해될 표현이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성명에 대해선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와 취지를 수차례 해명한 바 있음에도, 대한변호사협회가 성명을 낸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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