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 왜 나왔나

등록 2006-09-21 19:54수정 2006-09-21 23:37

이용훈 대법원장
이용훈 대법원장
판사들 “구술재판 힘들어” 푸념하자
지방돌며 “잘하자” 독려 강연길
이용훈 대법원장의 최근 발언은 법관들에게 “재판을 잘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 11~13일과 18~19일, 부산·광주·대구·대전지방법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애초 ‘초도순시’를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일선 판사들과 악수하고 업무보고를 받는 방식이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틈날 때마다 서울 지역 법원 판사들을 6명 정도씩 점심시간에 대법원으로 불러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판사들의 입에서는 대부분 “일이 많아져서 힘들다. 토요일까지 휴무일이어서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조서나 서면에 의존하는 조서·서면재판에서 벗어나 법정에서 쟁점을 직접 다투라는 공판중심주의·구술변론 개념이 도입되다 보니, 힘에 부친다는 판사들의 푸념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이런 판사들에게 “그러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될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1년 동안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을 강조했는데, 판사들이 아직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과 해명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과 해명

그러다 결국 자신이 판사들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빡빡한 일정으로 지방 법원을 돌기 시작했다.

이 대법원장의 지방법원 방문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판사들을 상대로 1시간 남짓 진행되는 ‘강연’이었다. 그가 판사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재판을 잘 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자면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를 그대로 추인하거나, 변호사가 낸 서면만 가지고 재판할 게 아니라, 공개된 법정에서 증인심문 등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는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시절인 2004년 12월 자신이 맡은 사건을 통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을 이끌어낼 정도로 이 대법원장의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신념은 뿌리깊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변호사 관련 발언’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21일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어 대법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실 입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변호사 관련 발언’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21일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어 대법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실 입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강연 과정에서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법원이 청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는 표현 대신 “법원이 썩었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수사기록 던져버리라”는 대전에서의 발언도 “사기를 당하면 민사와 함께 (형사) 고소를 같이 하지 않느냐. 그렇게 되면 판사는 민사재판을 계속 늦춘다. 검찰의 수사기록을 참고하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법원의 판결이 검찰의 조서에 예속될 수 있느냐”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말씀이 참모를 통해 전달되면 판사들이 지시 또는 간섭으로 받아들이지만, 대법원장이 적절한 예시를 들며 판사들에게 직접 말하자 효과적인 설득으로 다가간 것 같다”며 검찰·변호사회의 반발과 달리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법원장의 강연이 적어도 법원 안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용어풀이

공판중심주의 : 형사재판에서 사건의 모든 실체는 공개된 공판 절차 과정에서 가려져야 한다는 것. 기존의 검찰 조서를 중요한 증거로 유무죄를 따지던 조서재판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구술주의 : 민사재판에서 대리인이나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방식으로 법정에서 쟁점이 다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구술심리주의, 구술변론이라고도 한다. 모든 쟁점과 주장을 서면으로 제출하는 서면심리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검사 수사기록 던지라니 민망 검사실, 밀실로 표현해 당혹”
정상명 검찰총장 지휘서신 요지

친애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

최근 대법원장께서 지방법원을 순회하면서 했던 훈시 중에, 검찰의 위상과 역할에 관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 포함돼 있어, 여러분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검사가 조사한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고 하셨다는데, 비록 재판의 구술주의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라 할지라도 이는 듣기에 민망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국민을 위한 수사 활동을 담당하는 검사가 적법하게 작성하고 법률로 증거능력이 부여된 조서를 무시해 버리라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말씀으로서, 안타깝고 유감스럽습니다.

더구나,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고 영상녹화 등에 의하여 투명성과 적법성이 담보되는 검사실 조사를 ‘밀실’ 수사라고 표현하셨다고 한 것에 대하여는,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볼 때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검사는 수사기록 제출 외에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고, 법정에서 유죄 입증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신 것은, 공판중심주의의 강화에 따라 증거 분리제출 제도를 확대하고 공판검사 수는 물론 그 역량을 대폭 보강하고 있는 검찰의 노력을 도외시한 것으로 아쉬움이 큽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일선의 우리 검찰 가족들이 대법원장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 듣고 받았을 충격과 실망감을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이며 ‘국민에 대한 봉사기관’입니다. 검찰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국민의 인권 보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검찰의 사명 완수를 위한 고언으로 여기고,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임무에 충실할 때, 국민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06년 9월21일
검찰총장 정상명

이용훈 대법원장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
변협 성명서 전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