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나랏땅 내 땅 삼기, 남의 나무 훔쳐 내 땅에 심기, 호화분묘 만들기, 이런 일로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버티기. 인천 지역의 유력 인사로 꼽히는 김아무개(48)씨가 옹진군 영흥면 쪽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이다. 그는 큰비로 물난리를 겪던 지난달, 인천지역 여당 국회의원 4명·보좌관 1명과 함께 태국에 골프여행을 다녀와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불법 백화점’인지 ‘농장’인지=김씨는 영흥면사무소 앞쪽에 7900여평 크기의 대규모 정원형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농장에는 본인 명의로 된 땅은 하나도 없고 부인과 동생 명의로 된 게 5522평이다. 나머지 땅 가운데 1800여평은 김씨가 2000년 농장 옆 갯벌을 불법매립해 편입시켰다. 이 때문에 김씨는 2004년 11월 인천지법에서 공유수면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벌금 3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항소했으나 지난해 4월 인천지법이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당시 인천지검은 김씨가 법적으로 농장 소유주가 아님에도 불법 사실의 실제 행위자로 판단해 그를 기소했다.

김씨는 판결 당시 농장 인근 남동발전소에서 소나무 15그루를 몰래 캐와 농장에 옮겨심고 다른 사람의 땅에 있던 나무 277그루를 벌채하는가 하면 임야 542평을 허가없이 산지로 전용한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받았다. 2004년 4월에는 부모의 묘를 이 지역으로 이장하면서 법 허용 기준인 9평보다 5배나 큰 45평짜리 호화 분묘를 짓고 이 과정에서 300여평을 허가없이 산지 전용한 한 사실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옹진군청은 돌길과 각종 조형물 등이 들어선 김씨 농장이 임야와 밭으로 돼 있는 토지대장상의 지목과 부합하는지를 현재 조사중이다. 이처럼 ‘법’ 위에 조성된 농장에는 이호웅·신학용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은 물론, 시의회 의원과 시 공무원들까지 김씨의 초대로 다녀갔다.

그리고 이어진 버티기=옹진군청 쪽은 김씨가 불법 매립한 갯벌 1800여평이 지난해 6월 국유지로 지정된 뒤에도 계속 김씨에 의해 무단 점유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청은 올해 7월28일 변상금 1381만원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으나, 김씨는 “국가보다 관리를 더 잘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며 정식 이의제기한 상태다.

또 김씨는 2001년부터 경작을 조건으로 국유지 467평을 빌려놓고는 나무를 심는 등 농장으로 활용해 옹진군청이 2004년부터 철거를 요구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군청은 이에 대해서도 7월말 614만원의 변상금을 예고했으나 김씨 역시 이의 신청한 뒤 버티고 있다. 김씨는 “내가 그 땅을 일방적으로 사용했다면 변상금을 내야 하겠지만 그 땅은 판결 뒤 그냥 그대로인 상태”라며 “나밖에 쓸 수 없는 국유지가 (농장 옆에)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군청 재무과 관계자는 “수년 동안에 걸쳐 이뤄진 일인데다 법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국유지로 편입된 해당 갯벌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없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누구인가=김씨는 인천 지역에서 1, 2위를 다투는 설계 감리회사 ㈜단건축사사무소 고문으로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인천시야구협회 회장으로도 재직중이다. 또 지난 5월 창간한 인천지역 신문사의 간부들은 김씨가 “신문사의 최대 주주”라고 밝혀왔으나, 김씨는 27일 “(투자한)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했다.

인천/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