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무리한 스케줄에 쫓겨 잦은 규정 무시

등록 2006-08-25 18:45수정 2006-08-25 22:28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왜 일어났나?
도착 이후 다음 이륙까지 25분 여유밖에 없어
평소 불충분한 조종사 교육도 사고위험성 키워
건설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25일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아시아나항공기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조종사의 잘못된 회피방향 선택과 불충분한 회피 거리, 비행 중 비구름을 제대로 관측하지 못한 레이더 운용상의 잘못 등이다.

우선 사고기 조종사는 항로에 비구름이 있을 경우 20마일 이상 떨어져 비행하도록 정한 항공운항 규정을 무시했다. 또 사고 당시 조종사는 난기류를 통과할 때 통상적인 항공기 속도인 250∼270노트보다 50노트 이상 빠른 325~346.4노트로 증속 운항했다.

조종사들은 이런 고속 운항이 사고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한 조종사는 “비행 중 강한 비구름을 만났을 경우 오히려 속도를 늦춰야 기체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설 사고조사위 사무국장도 “높은 속도 때문에 우박을 맞을 당시 기체 손상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증속 이유에 대해 사고기 조종사는 “(빡빡한 운항) 시간 때문에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사고조사위는 밝혔다. 이처럼 조종사가 무리한 비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조종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빠듯한 운항 일정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착륙부터 다음 이륙까지 25분의 ‘그라운드 타임’을 주고 있다. 이 시간 안에 승객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객실 청소 등 다음 승객 탑승 준비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 노조 홈페이지에는 “운항 스케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무리한 조작이나 절차를 시행해보지 않은 조종사는 한 명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 있다. 아시아나 출신 전직 조종사 역시 “그라운드 타임이 너무 빠듯해 심지어 운항 중에 조종석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의 불충분한 조종사 교육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행 중 기상 상황에 따라 항공기 기상레이더를 적절히 조절해 가면서 작동시켜야 하는데도 사고기 조종사는 출발 당시 위치에 레이더를 고정시켜 비구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중국 창춘에서 발생한 비슷한 유형의 아시아나의 사고도 조종사가 기상 레이더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일어났다.

지난 6월9일 승객 200여명을 태우고 제주도를 떠나 김포공항으로 오던 아시아나 항공기 OZ 8942편이 소낙비 구름을 피하지 못하고 낙뢰를 맞아 조종석 앞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아찔한’ 사고를 당한 뒤 김포공항에 위태롭게 착륙한 직후의 모습.
지난 6월9일 승객 200여명을 태우고 제주도를 떠나 김포공항으로 오던 아시아나 항공기 OZ 8942편이 소낙비 구름을 피하지 못하고 낙뢰를 맞아 조종석 앞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아찔한’ 사고를 당한 뒤 김포공항에 위태롭게 착륙한 직후의 모습.
아시아나가 기상상황 악화로 다른 항공사가 착륙장소를 변경할 때도 종종 착륙을 시도하는 등 영업 효율 위주의 운항 정책을 펴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3일 태풍 ‘프라피룬’이 홍콩 첵랍콕 공항 근처에 상륙해 기상이 악화됐을 때 이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46개 항공기 대부분이 인근 마닐라, 타이베이 등으로 회항했지만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인디아항공은 그대로 착륙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건교부의 사고조사 발표 뒤 “결과론적인 얘기”라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 사고기 조종사에 대한 포상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의 시정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