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전국에서 불법·사행성 성인게임장을 단속한 첫날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성인피시방에서 경찰관이 고객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비상등켜진 도박공화국] ④사행성 성인 피씨방
“정부에서 사행성 성인 피시방 잡는다고 했는데, 글쎄요! 언제는 안 그랬나? 어차피 이 사업은 불법이니까 좀더 안전한 방법을 찾으면 되죠.”
전국 4천여 사행성 성인 피시방 가운데 200여곳에 통신망을 공급해준다는 ㄷ통신업체의 민아무개(가명) 부장은 정부가 사행성 도박장 근절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28일 사업이 이젠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기간 통신사 전용선은 차단될 수 있으니까 우리 걸(VPN·가상사설망) 쓰면 됩니다. 단속 맞아도 전용선은 책임지고 공급해 드려요. 정 못미더우면 우리 손님을 소개해줄 게요.”
이날 민씨가 이런 식으로 처리한 사설망 이용 사업 문의만 70~80여건. 정부는 신고제에서 등록제로의 전환, 불법 영업장에 공급된 통신 전용선 차단 등 성인 피시방 관련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업계 당사자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듯했다.
“두세달만 버텨 2~3배 뽑자”
가정집에 차려 단골만 들이고
임시휴업 걸어놓고 야간영업
업주들, 단속 엄포에 콧방귀 치고 빠지기=상품권 제도로 반합법이 된 성인 오락실과 달리 성인 피시방에서 제공하는 도박 게임은 이미 명백한 불법이다. 적발되면 업주는 도박장 개설로, 종업원은 도박 방조로, 손님은 도박죄로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성인 피시방은 급격히 확산됐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빠진 업주와 손님들이 줄을 잇는 데 반해, 피시방을 규제할 법·제도적 수단은 전무한 탓이다. 50대 규모의 성인 피시방 개업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은 보통 1억~1억5천만원 정도다. 투자금과 투자금 만큼의 이익을 챙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두세 달이다. 한 성인 피시방 업주는 “업주들은 대부분 두세 달만 잡히지 않고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박게임 프로그램의 기술력도 성장 동력이었다. 지난달 6월 경찰에 적발된 온라인 도박게임 ‘룰○○○’는 서울 ㄱ대학 최아무개(40) 교수가 개발·운영했다. 경찰은 40~60개로 추정되는 온라인 도박게임들도 모두 전문적인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한 온라인 도박 프로그램 운영자는 “벤처붐을 타고 온라인 도박게임을 만든 업체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 대형 포털사이트 등과 손잡아 합법화됐다”며 “나머지는 2000년 아이티산업 거품 붕괴 때 모두 망했는데, 이들이 현재 도박게임으로 살아남을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뛰면 날고=지난 4월 전국 224곳이던 사행성 성인 피시방은 7월 4000여곳(경찰청 집계)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31곳에서 350곳, 4곳에 불과하던 대구는 330여곳이 들어서며 또다른 불법 피시방의 성지로 자리잡았다. 단속 때문에 게임기 공급업체는 가맹점을 한적한 지역으로 배치하는 기민함도 보이고 있다. 28일 한 게임공급 업체 대표 ㄷ씨에게 “사업을 할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서울 중심에 피시방을 만들 수는 없다”며 “중랑구 등 시 외곽이나 경기도로 나오면 단속으로 압수된 컴퓨터까지 다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많은 성인 피시방들은 간판을 ‘○○게임랜드’ 등 일반 피시방처럼 꾸미거나, 아예 ‘임시휴업’이란 푯말을 붙인 채 밤에만 운영하고 있다. 건물 앞에는 폐쇄회로 티브이(CCTV)까지 설치했다. 서울경찰청의 김영훈 경위(생활질서계)는 “아예 집안에다 피시방을 차려 단골만 상대하는 주거형 피시방까지 생겨났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 압수수색 영장도 필요하고 소재 파악도 어려워 현재까지 단속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단속의 허실=경찰은 지난 2주 동안 전국의 불법 성인 피시방 1238곳을 단속했고 8112명을 형사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5일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척결하기 위한 일제 특별단속에 들어간 뒤 17일까지의 1차 집계치다. 성인 피시방이 주된 과녁이다. 하지만 수치에 견줘 내용은 초라하다. 입건된 손님만 3500여명(43%)인 데 반해 게임공급 업자는 6명이 전부다. 나머지도 업주와 업소 종업원이 반반씩이다. 업주들 대다수가 ‘바지 사장’(이름만 빌려준 사장)이어서, 실제 업주는 다른 곳에 다시 차리면 그만이다. 28일 밤 서울 강남 2호선 논현역 근처. 20여곳의 성인 오락실·피시방의 불빛이 보란듯 화려하다. “성인 피시방 못 잡아요. 지금도 전용선을 3~4개씩 갖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하나 차단해도 다른 전용선으로 손님들은 아무 문제없이 게임할 수 있어요. 기간 통신사망을 끊으면 사설망을 써도 되고요.” 한 불법 피시방 업주 말이다. 이들은 이제 피시방 중독자를 상대로 월 15%의 고리 사채업까지 벌이고 있다. 내년 4월 말께 실질 시행되는 사행성 게임장의 근절 대책이 무색하다. <끝> 특별취재반 hours24@hani.co.kr
“전용선 차단 진작 요청했건만”…단속 사례 ‘0’ 일반 피시방 업계 “정통부·문화부가 방조 주범” 일반 피시방 업계 관계자들은 성인 피시방 확산의 주범으로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 케이티·하나로통신·데이콤 등 기간 통신사들을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박광식 한국인터넷피시문화협회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불법 사행성 피시방의 전용선을 차단해 달라고 정통부 등에 요청했지만 실제 단속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외려 기간 통신사 사업자들이 성인 피시방의 경우 사업주가 불확실하고 사업도 불안정하다며 통신료 선납을 요구해 한 달에 70만원씩, 6개월치를 한꺼번에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피시방 제공 통신망 임대료는 올해 1월 74억, 2월 73억, 3월 69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다 4월 75억원으로 전월 대비 9%의 성장을 보였다. 4월은 성인 피시방이 급증한 시기다. 박 회장은 “제때 차단만 됐다면 이처럼 우후죽순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지난 20일 내놓은 ‘불법 사행성 게임장 척결 계획’ 보고서에서 “전기통신 사업자가 위법 행위를 하면 정통부 장관이 사업 정지 또는 제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정통부가 위반 사업자를 고발한 실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성인 피시방을 줄곧 자유업으로 묶어둔 문화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부와 정통부는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회의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장 근절대책 추진방향’을 국무총리에게 보고했다. 두 부처는 온라인 불법 사행성 게임을 신종 사행성 게임으로 규정하고 2005년 안에 공동 근절대책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문화부가 ‘온라인 불법 사행성 게임’의 폐단을 예견하고도 이를 방치한 것은 잘못”이라며 “형법상 도박죄로 미리 차단하거나 온라인 도박 금지법 제정을 추진했다면 불법 확산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반
가정집에 차려 단골만 들이고
임시휴업 걸어놓고 야간영업
업주들, 단속 엄포에 콧방귀 치고 빠지기=상품권 제도로 반합법이 된 성인 오락실과 달리 성인 피시방에서 제공하는 도박 게임은 이미 명백한 불법이다. 적발되면 업주는 도박장 개설로, 종업원은 도박 방조로, 손님은 도박죄로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성인 피시방은 급격히 확산됐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빠진 업주와 손님들이 줄을 잇는 데 반해, 피시방을 규제할 법·제도적 수단은 전무한 탓이다. 50대 규모의 성인 피시방 개업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은 보통 1억~1억5천만원 정도다. 투자금과 투자금 만큼의 이익을 챙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두세 달이다. 한 성인 피시방 업주는 “업주들은 대부분 두세 달만 잡히지 않고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박게임 프로그램의 기술력도 성장 동력이었다. 지난달 6월 경찰에 적발된 온라인 도박게임 ‘룰○○○’는 서울 ㄱ대학 최아무개(40) 교수가 개발·운영했다. 경찰은 40~60개로 추정되는 온라인 도박게임들도 모두 전문적인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한 온라인 도박 프로그램 운영자는 “벤처붐을 타고 온라인 도박게임을 만든 업체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 대형 포털사이트 등과 손잡아 합법화됐다”며 “나머지는 2000년 아이티산업 거품 붕괴 때 모두 망했는데, 이들이 현재 도박게임으로 살아남을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뛰면 날고=지난 4월 전국 224곳이던 사행성 성인 피시방은 7월 4000여곳(경찰청 집계)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31곳에서 350곳, 4곳에 불과하던 대구는 330여곳이 들어서며 또다른 불법 피시방의 성지로 자리잡았다. 단속 때문에 게임기 공급업체는 가맹점을 한적한 지역으로 배치하는 기민함도 보이고 있다. 28일 한 게임공급 업체 대표 ㄷ씨에게 “사업을 할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서울 중심에 피시방을 만들 수는 없다”며 “중랑구 등 시 외곽이나 경기도로 나오면 단속으로 압수된 컴퓨터까지 다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많은 성인 피시방들은 간판을 ‘○○게임랜드’ 등 일반 피시방처럼 꾸미거나, 아예 ‘임시휴업’이란 푯말을 붙인 채 밤에만 운영하고 있다. 건물 앞에는 폐쇄회로 티브이(CCTV)까지 설치했다. 서울경찰청의 김영훈 경위(생활질서계)는 “아예 집안에다 피시방을 차려 단골만 상대하는 주거형 피시방까지 생겨났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 압수수색 영장도 필요하고 소재 파악도 어려워 현재까지 단속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단속의 허실=경찰은 지난 2주 동안 전국의 불법 성인 피시방 1238곳을 단속했고 8112명을 형사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5일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척결하기 위한 일제 특별단속에 들어간 뒤 17일까지의 1차 집계치다. 성인 피시방이 주된 과녁이다. 하지만 수치에 견줘 내용은 초라하다. 입건된 손님만 3500여명(43%)인 데 반해 게임공급 업자는 6명이 전부다. 나머지도 업주와 업소 종업원이 반반씩이다. 업주들 대다수가 ‘바지 사장’(이름만 빌려준 사장)이어서, 실제 업주는 다른 곳에 다시 차리면 그만이다. 28일 밤 서울 강남 2호선 논현역 근처. 20여곳의 성인 오락실·피시방의 불빛이 보란듯 화려하다. “성인 피시방 못 잡아요. 지금도 전용선을 3~4개씩 갖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하나 차단해도 다른 전용선으로 손님들은 아무 문제없이 게임할 수 있어요. 기간 통신사망을 끊으면 사설망을 써도 되고요.” 한 불법 피시방 업주 말이다. 이들은 이제 피시방 중독자를 상대로 월 15%의 고리 사채업까지 벌이고 있다. 내년 4월 말께 실질 시행되는 사행성 게임장의 근절 대책이 무색하다. <끝> 특별취재반 hours24@hani.co.kr
“전용선 차단 진작 요청했건만”…단속 사례 ‘0’ 일반 피시방 업계 “정통부·문화부가 방조 주범” 일반 피시방 업계 관계자들은 성인 피시방 확산의 주범으로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 케이티·하나로통신·데이콤 등 기간 통신사들을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박광식 한국인터넷피시문화협회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불법 사행성 피시방의 전용선을 차단해 달라고 정통부 등에 요청했지만 실제 단속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외려 기간 통신사 사업자들이 성인 피시방의 경우 사업주가 불확실하고 사업도 불안정하다며 통신료 선납을 요구해 한 달에 70만원씩, 6개월치를 한꺼번에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피시방 제공 통신망 임대료는 올해 1월 74억, 2월 73억, 3월 69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다 4월 75억원으로 전월 대비 9%의 성장을 보였다. 4월은 성인 피시방이 급증한 시기다. 박 회장은 “제때 차단만 됐다면 이처럼 우후죽순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지난 20일 내놓은 ‘불법 사행성 게임장 척결 계획’ 보고서에서 “전기통신 사업자가 위법 행위를 하면 정통부 장관이 사업 정지 또는 제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정통부가 위반 사업자를 고발한 실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성인 피시방을 줄곧 자유업으로 묶어둔 문화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부와 정통부는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회의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장 근절대책 추진방향’을 국무총리에게 보고했다. 두 부처는 온라인 불법 사행성 게임을 신종 사행성 게임으로 규정하고 2005년 안에 공동 근절대책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문화부가 ‘온라인 불법 사행성 게임’의 폐단을 예견하고도 이를 방치한 것은 잘못”이라며 “형법상 도박죄로 미리 차단하거나 온라인 도박 금지법 제정을 추진했다면 불법 확산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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