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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인오락실 불법영업 35곳 신고해보니

등록 2006-07-26 19:21수정 2006-07-27 18:05

지난 18일 오후 11시께 상품권을 재활용하며 불법 영업을 하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의 한 성인오락실 앞에 단속 나온 경찰차가 서 있다. 취재진의 신고 뒤 1시간이나 지나 출동한 경찰관 2명은 오락실 앞에서 10분 가량 자신들끼리만 웃으며 얘기하다 오락실에 들어간 지 40여초 만에 나와 돌아갔다. 이날 단속 내용이나 결과는 근무일지에도 기록돼 있지 않았다. 성남/특별취재반
지난 18일 오후 11시께 상품권을 재활용하며 불법 영업을 하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양지동의 한 성인오락실 앞에 단속 나온 경찰차가 서 있다. 취재진의 신고 뒤 1시간이나 지나 출동한 경찰관 2명은 오락실 앞에서 10분 가량 자신들끼리만 웃으며 얘기하다 오락실에 들어간 지 40여초 만에 나와 돌아갔다. 이날 단속 내용이나 결과는 근무일지에도 기록돼 있지 않았다. 성남/특별취재반
[비상등 켜진 도박 공화국] ② 불법 눈감은 경찰
경찰 단속건수 ‘0’ … 시늉뿐
경찰이 전국적으로 성인오락실과 성인피씨방 등의 ‘불법 행위 단속’을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의 경찰관들은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도 업소들의 불법행위를 방조하거나 묵인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경찰의 집중 단속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업 중인 상당수 대형업소들과 일선 단속 경찰의 유착 의혹까지 사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은 지난 13~20일 서울·경기 17곳과 부산 18곳 등 성인오락실 35곳의 불법 행위 현장을 찾아내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단속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대상 업소는 그동안 단속의 철퇴를 맞거나 성인피시방으로 업종을 전환한 중소형 오락실과 달리, 대부분 100석 안팎의 좌석을 갖춘 대형 성인오락실들이다.

출동뒤 몇분간 형식조사 “혐의 입증안돼” 급히 철수
“지구대로 오라” 거부도…업소와 유착의혹 제기

취재진이 35곳을 신고한 혐의는 ‘연타’(서울경기 6건·부산 12건), ‘상품권 재사용’(서울경기 6건·부산 5건), ‘신고필증 미구비’(서울경기 5건·부산 1건) 등이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대부분 10여분 동안 형식적인 점검만 한 뒤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서둘러 철수했다.

최종 처리 결과를 확인해보니, 아예 출동하지 않거나 신고사항을 기록도 하지 않은 게 9건(25.6%)에 이르렀고, ‘단속 방법을 몰라 신고내용을 밝혀내지 못했다’가 1건, ‘경찰이 단속하기 어려운 사항이다’가 1건 있었다. 심지어 신고내용과 다르게 접수한 뒤 ‘혐의 없음’으로 처리한 사례도 5건이나 됐다. ‘상품권 재사용’을 이유로 신고한 11건 가운데 9건(82%)은 경찰이 상품권 내역이 담긴 영업장부조차 직접 확인하지 않고 철수했다. 특히 부산에서는 경찰이 신고자에게 “지구대로 직접 오라”는 등 대놓고 출동을 거부한 경우(3건)가 많았다.


성인오락실 불법영업 35곳 신고결과
성인오락실 불법영업 35곳 신고결과

용어설명

연타=시간당 당첨금 제한액을 규정하지 않은 음반·비디오·게임법의 허점을 이용한 대표적 사행행위. ‘1회 제한 당첨금 2만원’을 지키되 되레 연속적으로 상금이 터져 300만원까지 딸 수 있도록 하는 기능.

상품권 재사용=문화관광부령으로 상품권 재사용 및 재매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행성 도박장에서 평균 5차례 재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고필증=음반·비디오·게임법상 모든 게임물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등급분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필증은 게임기 안팎에 붙이도록 돼 있다. 필증 없는 오락기는, 탈세를 노린 무자료 거래나 당첨확률 조작 등에 긴요한 수단이다.

신고필증이 없는 기계로 영업하던 ㅆ오락실(경기 성남 은행동)의 신고처리 내용을 물었더니, 경찰은 “손님이 발로 차는 바람에 기계 한 대의 스티커가 떨어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진이 9대 모두 신고필증이 없었던 사실을 들이대자 “필증이 없어도 경고 조처나 받을 뿐 불법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일단 단속을 원칙으로 하도록 지시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찰 단속이 성인피시방 쪽에 집중된 사이, 정작 사행성 게임장의 모태인 성인오락실의 불법 행위는 경찰의 방조 속에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고 변명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이 불법 여부에 대한 지식도 갖추지 않는 등 의지와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행성 도박장과 관련한 지도단속 매뉴얼이 180쪽에 이를 만큼 적용법이 복잡하고 허술하다”며 “기계를 압수하려 해도 명백한 범죄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임의제출 요구에 업주가 응할 리도 없고, 현장에서 불법을 증명해내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털어놨다.

특별취재반 hours2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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