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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귀신같이 새나간 기습단속

등록 2006-07-26 19:13수정 2006-07-27 01:18

지난 21일 밤 11시께 서울 가락동 ㅇ오락실의 오락기가 잇따라 뱉어낸 상품권들. 상품권의 일련번호가 뒤섞인 채 나온 것은, 업소와 환전상이 상품권 발급 수수료 등을 챙기려 한번 이상 환전된 상품권을 재사용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지난 21일 밤 11시께 서울 가락동 ㅇ오락실의 오락기가 잇따라 뱉어낸 상품권들. 상품권의 일련번호가 뒤섞인 채 나온 것은, 업소와 환전상이 상품권 발급 수수료 등을 챙기려 한번 이상 환전된 상품권을 재사용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부산경찰 떴지만 번번히 허탕…검찰 조사받는 업자엔 ‘쩔쩔’
지난 19일 저녁 7시30분께 부산시 중구 남포동 오락실 거리에 경찰관 100여명이 기세좋게 들이닥쳤다. 오락기가 100대가 넘는 남포동의 대형 업소 11곳에 대한 기습적인 일제단속이었다. 하지만 단속 대상 업소들은 이미 단속에 대비한 준비를 마친 뒤였다. ㅈ오락실은 아예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걸어잠가 버렸고, ㅇ·ㅎ오락실 등 몇몇 업소는 손님들을 모두 내보낸 상태였다. 남포동의 한 상품권 환전상은 “갑자기 대형 오락실들이 손님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등 수선을 떨더니 20~30분이 지나자 경찰 100여명이 오락실 거리에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경찰의 단속 실적은 ‘0’이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단속을 위해 오전에 각 경찰서에 단속인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소속 경찰서 인력과 지방청 인력 등 모두 105명을 모은 경찰은 저녁 7시 경찰청 강당에서 기습단속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했다. 105명의 경찰관들이 단속 목표를 처음 알게 된 것이 이때였다. 하지만 불과 10분 안에 경찰의 단속정보는 성인오락실 업주들에게 새나간 것이다.

24일 오후 2시 부산경찰청은 무려 220명의 인원을 동원한 대규모 단속을 또다시 벌였다. 이번 단속 대상은 최근 부산지검이 수사에 들어간 오락기 제조업체 ㅇ사의 기계를 사용하는 오락실이었다. 단속 직후 경찰은 부산 전역에서 20개 오락실을 오락기에 칩을 꽂아 승률을 조작한 혐의로 적발해 600여대 오락기를 압수·봉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단속이 끝난 뒤 ㅇ사 대표이사 ㅁ(35)씨가 부산경찰청으로 찾아와 “우리 기계는 불법 개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뒤늦게 부산지검에 ㅇ사 기계에 대한 수사상황을 물었다. 검찰은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자체적으로 기계의 위법성을 입증할 준비가 안 돼 있던 경찰은 이미 압수·봉인한 오락기 600여대를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오락기 제조업체가 항의하자 자신 있게 압수해온 기계를 아무 소리 못하고 돌려준 꼴이 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ㅁ씨는 검찰의 요구에는 차일피일 출석을 미뤄왔지만, 경찰에는 직접 찾아가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보안 때문에 검찰의 수사 진행상황을 상세히 물어보지 못하고 단속에 들어가 생긴 일이었다”며 “일단 검찰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ㅇ사 기계를 사용하는 업소에 대한 처리를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의 오락실 업주 ㄱ씨는 “ㅁ씨가 경찰청에 다녀온 뒤 오락실 업주들에게 ‘내가 방금 경찰청에 가서 항의하니까 기계를 다 돌려줬다. 아무 문제 없으니 계속 영업해도 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업소와 제작업자를 도와준 셈”이라고 경찰의 ‘헛발질’을 비웃었다. 부산/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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