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아내와 자녀를 두고 혼자 고시원에서 살다 잠실 고시원 화재로 숨진 손모씨의 두 딸이 20일 서울 경찰병원에 차려진 빈소에서 아버지의 영정에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 실패 뒤 온가족 흩어져 살다 참변
유족 "고시원 지하에 노래방 말이 되나"
유족 "고시원 지하에 노래방 말이 되나"
"번듯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남겨진 쌍둥이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19일 잠실 고시원 화재로 숨진 손경모(42)씨의 처남 이정호(41)씨는 20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 마련된 자형의 빈소를 지키며 자형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에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손씨는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아내와 자녀를 두고 혼자 고시원에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 시대의 전형적인 `생계형 기러기아빠'였다.
어엿한 회사원이었던 손씨는 학원 영어강사였던 아내 이모(42)씨를 만나 결혼한 뒤 아내가 쌍둥이 딸(9)을 낳고 육아를 위해 학원을 그만 두면서 잡화점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2년 전께 살고 있던 잠실 주공 아파트를 팔아 아내에게 피부마사지실을 차려주고 자신은 운전연수 교사일을 시작했다.
아내는 피부마사지실에 딸려있는 방에서 지냈으나 여성 전용 피부마사지실에 남편과 함께 기거하기 마땅치 않자 손씨는 1년여전부터 사고가 난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왔다. 쌍둥이 딸들은 전남 구례에 있는 외가에서 맡았다.
처남 이씨는 "자형이 기껏해야 한달에 150만원을 버는 운전연수 일을 하면서도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언젠가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만은 잃지 않았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라며 애통해 했다.
이씨는 "자형의 시신을 보니 자다가 꼼짝 못하고 질식사한 것 같더라"며 "구청이나 소방서에서 돈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오는 곳인 고시원의 안전문제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행정관청의 사고 처리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날이 밝았는데도 구청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고시원 지하에 왜 노래방이 있었는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장례를 당장 치러야할지 말아야할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숨진 손씨의 아내 이씨는 사고 당일 조사를 받기 위해 송파경찰서를 찾아서도 "뭐가 뭔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며 남편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두통이 심해 약을 먹고 겨우 잠들었으며 쌍둥이 자녀는 외조부모와 함께 상경했다. 손씨 빈소 옆에 영정이 놓인 또다른 사망자 배수준(44)씨는 결혼 시기를 놓치고 혼자서 이삿짐센터에 다니다 좀더 안정적인 일을 해보고자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려고 1년전 고시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배씨의 형 배기만씨는 "매년 고시원에서 사고가 잇따르는데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들리는 소리에 고시원 주인이 화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며 이번 사고를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성토했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씨는 행정관청의 사고 처리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날이 밝았는데도 구청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고시원 지하에 왜 노래방이 있었는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장례를 당장 치러야할지 말아야할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숨진 손씨의 아내 이씨는 사고 당일 조사를 받기 위해 송파경찰서를 찾아서도 "뭐가 뭔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며 남편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두통이 심해 약을 먹고 겨우 잠들었으며 쌍둥이 자녀는 외조부모와 함께 상경했다. 손씨 빈소 옆에 영정이 놓인 또다른 사망자 배수준(44)씨는 결혼 시기를 놓치고 혼자서 이삿짐센터에 다니다 좀더 안정적인 일을 해보고자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려고 1년전 고시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배씨의 형 배기만씨는 "매년 고시원에서 사고가 잇따르는데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들리는 소리에 고시원 주인이 화재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며 이번 사고를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성토했다. 조성미 기자 helloplum@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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