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규모 사상자를 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신천역 근처 상가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파소방서 제공
서울 잠실…지하서 불붙어 삽시간에 3~4층 번져
유독가스에 질식 대피 못한 거주자 9명 중태
유독가스에 질식 대피 못한 거주자 9명 중태
19일 오후 3시53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 4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 3~4층 ‘나우고시텔’(고시원)에 기거하던 박승균(46)씨 등 8명이 숨졌다. 또 조현진(23·여)씨 등 11명이 화상을 입거나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가운데 4명은 호흡곤란·화상 등 증세가 심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불길은 지하 1층 노래방에서 폭발음이 나면서 건물 전체로 번졌다. 불은 25분 만인 4시20분께 잡혔지만, 1층까지 천장과 계단 등을 따라 불이 순식간에 번진데다, 유독가스가 많이 나 희생자가 많아졌다.
불이 나자 2층 건설회사 사무실 직원들은 신속히 대피했으나, 고시텔은 상대적으로 높은 층에 있었고 방이 34~36개 가량 밀집한 까닭에 여유 공간이 적어 인명피해가 컸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노래방과 1층 식당은 화재 당시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구조 과정에서 3층에서 떨어져 서울의료원으로 옮겨진 조현진씨는 “밖에서 대피하라는 소리가 났는데, 이미 연기가 건물 위아래에 가득해서 계단으로 피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목격자 한아무개씨는 “불길과 연기가 3~4층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건물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며 “119구조대가 바로 출동했지만 이미 연기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상가 주변 주민들은 4시께부터 직접 사다리를 들고와 피해자들을 구출하기도 했다. 이 고시원에는 주로 40대 이상의 노동자와 20대 취업 준비생들이 기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하 노래방 창고에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기름통이 보관돼 있어서 불이 이것에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번지고 유독가스가 많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방화 가능성까지 포함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화재 규모에 비해 사상자가 많은 것은 고시원 내부 구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고시원 업주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임인택 이재명 기자, 송경화(서울대 지리4) 김도원(서울대 외교3) 인턴기자 imit@hani.co.kr
사망자(8명) △서울아산병원 박승균(46), 신원 미상 남성 1명 △서울의료원 장수진(22·여) 조지연(32·여), 신원 미상 여성 1명 △서울삼성병원 윤석칠(35) △경찰병원 신원 미상 남성 2명
부상자(11명)
△서울의료원 최은영(36·여) 조현진(23·여) 도은정(23·여) 김정현(38) △베스티안 병원 정영자(66·여) 이광수(68) 이경란(32·여) 유은수(20·여) 황오진(50) 배영비(61·여) 김명섭(51)
희생자 왜 많았나 한층에 20~25개 작은방 다닥다닥
막노동 거주자 새벽일 갔다온 시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신천역 근처에 들어선 ‘나우고시텔’ 건물은 지하 노래방, 1층 식당, 2층 사무실, 3~4층 ‘고시텔’로 이뤄져 있다. 고시텔은 한 층에 1.8~3평의 작은 방들이 3층 34개, 4층 36개가 벌집처럼 들어차 있으며, 3층은 여성용, 4층은 남성용이다. 화재 당시 현장에 없어 위기를 모면한 고시텔 거주자 강아무개(18·취업 준비생)씨는 “거주자 가운데는 밤이나 새벽에 일을 나갔다가 오후에 들어와 쉬는 노동자들과 취업 준비생이 가장 많다”며 “고시텔 3~4층 전체에 대략 4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탈출 과정에서 부상한 조아무개(23)씨도 취업을 하려고 부산에서 올라와 고시텔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부상자 11명 가운데 6명은 20~30대, 5명은 50~60대였다. 월세는 25만~40만원 가량으로, 벌이가 변변찮은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 노릇을 한 셈이다. 짧은 시간에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작은 방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3~4층 중심부의 방들은 창도 없어 불길과 연기를 뚫고 밖으로 대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3~4층 고시텔엔 소화기나 완강기, 로프와 같은 화재 대비 장비는 없었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으나 화재 당시 작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구도 계단과 현관으로 이어지는 한 곳뿐이었고, 60X90㎝ 크기의 바깥쪽 창문은 방충망을 뜯어내야 탈출할 수 있었다. 고시텔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구청에 따로 등록허가를 받지 않는다. 대신 소방당국으로부터 소방방화시설 완비증명을 받으면 세무서에 등록해 영업할 수 있다. 그 뒤에는 소방당국으로부터 화재예방 시설 등을 점검받을 뿐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등록업소가 아니어서 시설과 관련한 여러 사항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이재명 기자, 송경화 김도원 인턴기자 imit@hani.co.kr
희생자 왜 많았나 한층에 20~25개 작은방 다닥다닥
막노동 거주자 새벽일 갔다온 시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신천역 근처에 들어선 ‘나우고시텔’ 건물은 지하 노래방, 1층 식당, 2층 사무실, 3~4층 ‘고시텔’로 이뤄져 있다. 고시텔은 한 층에 1.8~3평의 작은 방들이 3층 34개, 4층 36개가 벌집처럼 들어차 있으며, 3층은 여성용, 4층은 남성용이다. 화재 당시 현장에 없어 위기를 모면한 고시텔 거주자 강아무개(18·취업 준비생)씨는 “거주자 가운데는 밤이나 새벽에 일을 나갔다가 오후에 들어와 쉬는 노동자들과 취업 준비생이 가장 많다”며 “고시텔 3~4층 전체에 대략 4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탈출 과정에서 부상한 조아무개(23)씨도 취업을 하려고 부산에서 올라와 고시텔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부상자 11명 가운데 6명은 20~30대, 5명은 50~60대였다. 월세는 25만~40만원 가량으로, 벌이가 변변찮은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 노릇을 한 셈이다. 짧은 시간에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작은 방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3~4층 중심부의 방들은 창도 없어 불길과 연기를 뚫고 밖으로 대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3~4층 고시텔엔 소화기나 완강기, 로프와 같은 화재 대비 장비는 없었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으나 화재 당시 작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구도 계단과 현관으로 이어지는 한 곳뿐이었고, 60X90㎝ 크기의 바깥쪽 창문은 방충망을 뜯어내야 탈출할 수 있었다. 고시텔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구청에 따로 등록허가를 받지 않는다. 대신 소방당국으로부터 소방방화시설 완비증명을 받으면 세무서에 등록해 영업할 수 있다. 그 뒤에는 소방당국으로부터 화재예방 시설 등을 점검받을 뿐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등록업소가 아니어서 시설과 관련한 여러 사항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이재명 기자, 송경화 김도원 인턴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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