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부총리, 론스타 협상 직후 외환은행서
1년 안 거액 다 갚아… 주간사 간부 부인 주선
1년 안 거액 다 갚아… 주간사 간부 부인 주선
검찰이 이헌재(62) 전 경제부총리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협상 무렵 외환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두고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15일 외환은행 서울 한남동지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씨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4억원과 2억원 등 모두 10억원을 빌린 뒤, 2003년 6월께부터 2004년 2월까지 매달 1억~2억원씩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갚은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씨가 외환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갚은 때와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진행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론스타가 2002년 10월25일 외환은행 쪽에 출자하겠다는 뜻이 담긴 서한을 보낸 뒤 매각 협상이 시작됐고, 2003년 10월 론스타가 1조3800억원의 매입대금을 납입하면서 외환은행 매각이 마무리됐다. 공교롭게도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매각 협상 시기와 이씨의 대출 및 상환 시기가 겹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10억원을 빌린 다음 두 달 뒤부터 매달 1억~2억원씩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나간 것을 수상하게 보고 있다. 10억원이라는 거액을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다 갚은 데 비춰 볼 때 이씨가 애초 은행 대출을 받을 정도로 돈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총리는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며 “이씨가 대출금을 갚은 데 쓴 자금의 출처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가 대출을 받을 때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 고위간부의 부인이 외환은행 한남동지점에 함께 가 대출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부인의 외환은행 한남동지점 통장 거래 내역도 15일 함께 압수했다. 이 부인은 평소 주위사람들에게 “스티븐 리(37)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절친하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전 부총리의 측근인 김영재 칸사스자산운용 대표는 “이 전 부총리는 이전부터 외환은행 매각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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