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구간별 과세인원 및 실효세율
그들이, 국민 0.7% ‘갑부’가 내는 상속세를 없애자는 이유
상속세에 대한 비판이 일부 언론을 통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연 상속세는 죽은 사람을 상대로 세금을 거두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형성한 자산에 대해 다시 이중과세하는, 근로의욕을 꺾고 자본주의를 훼손하는 ‘악의 세금’인가? 한마디로 상속세는 징세 당국인 정부의 배만을 불리는, 없어져야 할 ‘가렴주구’의 상징인가?
세금을 좋아하는 납세자는 없다. 그러나 한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세금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국민은 없다. 최근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신세계에 이어 편법세습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삼성, 현대차 등도 `법대로’ 상속세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상속·증여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그동안 재계 창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제 개편을 요구한 시점에서 대기업 스스로 “법대로 하겠다”고 ‘준법 의지’를 밝힌 형국인데,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들은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나섰다.
편법과 탈법으로 이뤄져온 재벌의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데도, 일부 언론이 “현행 상속세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50%에 가까운 상속세를 낼 경우 경영권을 지키기 어렵다”는 논리다.
대부분의 재벌이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방어하는 상황에서, 현행 세법으로는 정상적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어려워 몇몇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편법으로 경영권을 상속하는 것도 ‘과도한 상속·증여세’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다. 기업 경영이 총수 일가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고, 경영권 승계 과정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게 되는 추세에서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들고나온 ‘논리라면 논리’인 것이다. ◇ 조·중·동, 한 목소리로 사설 통해 ‘상속세 개편’ 주장 신세계에 이어 삼성 이건희 회장쪽도 1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나오자 나머지 언론들도 이를 주요하게 다뤘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목소리로 대기업의 공정한 세금 납부를 환영하면서도, 이를 계기로 상속세제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16일자 사설 ‘신세계, “깜짝 놀랄 만큼의 상속세 내겠다”’에서 “재산을 상속·증여하면서 세법대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그럼에도 신세계 상속선언이 화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국내 대기업 집단들이 상속과정에서 절세라는 명분으로 탈법적·편법적 수단을 동원해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신세계의 상속 약속이 지켜진다면 새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사설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속세법을 따르지 않고 상속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각종 기업 비리가 성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 원인을 따져볼 때가 됐다”며 전경련이 50%의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기업주가 애써 세우고 키운 기업을 빼앗길 위험이 커진다고 했던 것을 근거로 “상속세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재검토해볼 필요는 없는지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의를 펴볼 때도 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중앙도 같은 날 사설 ‘상속세제 개편 논의 시작돼야’에서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이 경영권 이전과 관련해 세금을 제대로 다 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은 일단 반길 일”이라면서도 “현행 과도한 상속·증여세제에서는 정상적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 몇몇 대기업의 편법적 경영권 상속이 논란의 도마에 오르는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사설은 “현행 세제에서는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할뿐더러 경여권에 대한 외부의 위협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의 사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상속·증여 세제, 기업현실에 맞게 개편해야’를 통해 “현행 상속·증여세제는 최고세율이 50%이고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 대부분의 오너 지분이 5%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막아 놓았다”며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웨덴, 홍콩, 싱가포르 등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없애는 나라가 늘고 있는 점을 볼 때 상속·증여세율을 합리적으로 낮추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상속·증여세를 줄여 알짜기업을 외국인 손에 넘기는 일 없어야? 이들 언론의 보도로 ‘법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믿으며, 유리지갑 월급봉투에서 고스란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중앙일보 사설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가족경영의 장점을 살린 성공사례로 꼽힌다”며 “기업을 2세에 물려줄 길이 차단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을 키워나갈 유인이 감소하고, 결국은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크다”며 2세 상속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왜곡된 주장이다.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상속세를 내겠다’지만, 경영권은 주주나 이해 당사자가 경영능력이 있는 자에게 부여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재벌 총수가 2세들의 경영능력과 상관 없이 경영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 가족기업이 전문경영인에 비해 경영성과가 더 좋다는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며,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는 ‘책임있는 부자’라는 단체를 만들어 미국의 상속세 폐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으며, 자손들에게는 1천만달러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2위의 부자이자 수백조원의 자산을 지닌 금융기업 버크셔 해서웨이를 일궈낸 워렌 버핏은 지난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아들 하워드 버핏(51)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하워드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회장'이며, 최고경영자를 보완하는 일을 맡겼다. 더구나 그는 42조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자선사업에 기부하고 세 자녀에게는 한 푼의 재산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편법을 써서라도 재산권과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행태와 분명히 차별된다. ◇ 현행 상속세 어떻게 부과되나 때문에 조선·중앙·동아 등이 주장하는 상속세 인하 주장은 여론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상속세 인하가 모든 서민에게 혜택을 주는 양 포장하고 있지만 10억 미만의 재산을 상속할 경우 거의 상속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세청 조세연보를 보면, 2004년 상속세를 낸 사람은 1808명으로 전체 상속요인이 발생한 25만8021명 중 0.7%에 불과하다. 또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지만, 이는 ‘과표 30억원’(상속재산으론 최소 35억원) 이상에만 적용될 뿐이다. 상속가액이 20억원 밑이라면 평균 실효세율은 5%도 안된는 상황에서 상속세로 서민의 세금부담이 커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이들 신문의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이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고 하지만, ‘상속세’라는 이름의 세금이 없을 뿐 상속 재산을 양도차익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이는 독일(최고세율 50%), 프랑스(최고세율 60%), 미국(최고세율 46%), 일본(최고세율 50%)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높은 세율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속세를 폐지한 일부 나라들의 경우도 소득세제나 자본이득 과세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어,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이들 신문의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 때문에 민언련, 참여연대, 민노당은 16일 논평을 내어 이들 신문의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 민언련, “재벌 상속세, 혹시 조중동이 대신 내주나” 민언련은 “이들 신문이 내놓은 상속세 인하의 근거는 전경련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며 “사설을 통해 전경련 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왜곡된 상속세 인하 주장을 펴는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또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 “조세제도가 우리와 다른 각 나라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속세 폐지가 보편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는 나라들의 경우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추더라도 자본이득 과세제도 등을 통해 부의 부당한 세습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반면 우리는 상속세 외에는 변칙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와 관련해 “재벌의 편법적인 부와 경영권 상속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상속세 부담까지 덜어주라는 주장이 조세형평의 근간을 무너뜨리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 승계가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산권과 경영권의 개념을 혼란시켜 ‘경영권도 재산처럼 대물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몰아가고 있지만 경영권은 기업의 주주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위임받는 권리이지 세습되는 권리가 아니다”라며 “조중동의 주장은 자본주의 시장원리마저 벗어난 맹복적인 재벌 편들기”라고 일축했다. ◇ 민노당, 참여연대 “상속세 인하는 공평과세·재벌개혁 역행”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도 16일 논평을 내어 전경련의 주장이 공평과세 및 재벌개혁, 사회정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현재 상속세 납부 비율이 1%에도 이르지 못하는 현실과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상위 계층으로의 부의 편중현상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경련의 주장은 조세형평성을 훼손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재벌 2·3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세에 대한 특혜를 주는 것은 전경련이 주장했던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속·증여세제 개편 논란과 관련해서는 “돈 많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행운이 어떠한 검증 절차 없이 특정기업집단의 경영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시장경제원리를 포기한 것”이라며 “재벌의 편법상속을 위해 다시 법을 개악하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16일 낸 논평에서 “신세계와 삼성이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유리알 주머니를 차고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해 온 서민들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 뉴스꺼리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깝다”며 “이는 그동안 재벌들이 정당한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왔는지 반증하는 것”이라며 세금 없는 되물림이 근절되도록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전경련 등의 상속·증여세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저질러온 탈세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성실납세를 약속하고 솔선수범해도 부족한 마당에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뒤 “재벌체제를 개혁하고 기업 내 민주주의를 강화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한겨레·경향·한국 등 상속·증여세제 개편 논의에 부정적 한편, 한겨레·경향·한국의 사설은 조선·중앙·동아와 확연한 차리를 보였다. 한겨레는 ‘떳떳한 대물림과 빗나간 상속세 논란’ 사설에서 “전경련이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해 상속세를 제대로 내면 후세에 기업을 물려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기업을 기업주의 사유물로 보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사설은 또 “상속세는 기업인뿐 아니라 상속할 재산이 있는 모든 국민에 해당하는 조세”라며 “전체 영향을 살펴 다룰 일이지 경영권 승계만을 위해 고칠 사안이 아니고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인 양 호도하는 건 더더욱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향도 사설 세금을 제대로 내겠다는 ‘깜짝 놀랄 선언’’에서 “신세계의 상속·증여세 납부선언은 편법승계 의혹을 피하면서 참여연대와 벌이고 있는 광주신세계 유상증자 문제와 관련 법적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방편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세계의 상속·증여세 납부 선언이 재벌들이 본격적으로 달라지리라는 자기 다짐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사설 ‘신세계가 보여준 ‘지속 가능 경영’ 조치’에서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로 참여연대와 법정다툼 중인 신세계의 선언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주요 선진국의 상속세 논란이 지속 가능한 기업성장의 토대를 찾기 위한 것이지, 핏줄상속 장치를 마련해 주자는 게 아어서 우리 기업에 들이댈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니다”라며 일부 기업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속·증여세제 개편 논의에 쐐기를 박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대부분의 재벌이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방어하는 상황에서, 현행 세법으로는 정상적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어려워 몇몇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편법으로 경영권을 상속하는 것도 ‘과도한 상속·증여세’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다. 기업 경영이 총수 일가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고, 경영권 승계 과정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게 되는 추세에서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들고나온 ‘논리라면 논리’인 것이다. ◇ 조·중·동, 한 목소리로 사설 통해 ‘상속세 개편’ 주장 신세계에 이어 삼성 이건희 회장쪽도 1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나오자 나머지 언론들도 이를 주요하게 다뤘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목소리로 대기업의 공정한 세금 납부를 환영하면서도, 이를 계기로 상속세제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16일자 사설 ‘신세계, “깜짝 놀랄 만큼의 상속세 내겠다”’에서 “재산을 상속·증여하면서 세법대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그럼에도 신세계 상속선언이 화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국내 대기업 집단들이 상속과정에서 절세라는 명분으로 탈법적·편법적 수단을 동원해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신세계의 상속 약속이 지켜진다면 새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사설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속세법을 따르지 않고 상속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각종 기업 비리가 성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 원인을 따져볼 때가 됐다”며 전경련이 50%의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기업주가 애써 세우고 키운 기업을 빼앗길 위험이 커진다고 했던 것을 근거로 “상속세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재검토해볼 필요는 없는지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의를 펴볼 때도 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중앙도 같은 날 사설 ‘상속세제 개편 논의 시작돼야’에서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이 경영권 이전과 관련해 세금을 제대로 다 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은 일단 반길 일”이라면서도 “현행 과도한 상속·증여세제에서는 정상적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 몇몇 대기업의 편법적 경영권 상속이 논란의 도마에 오르는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사설은 “현행 세제에서는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할뿐더러 경여권에 대한 외부의 위협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의 사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상속·증여 세제, 기업현실에 맞게 개편해야’를 통해 “현행 상속·증여세제는 최고세율이 50%이고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 대부분의 오너 지분이 5%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막아 놓았다”며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웨덴, 홍콩, 싱가포르 등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없애는 나라가 늘고 있는 점을 볼 때 상속·증여세율을 합리적으로 낮추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상속·증여세를 줄여 알짜기업을 외국인 손에 넘기는 일 없어야? 이들 언론의 보도로 ‘법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믿으며, 유리지갑 월급봉투에서 고스란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중앙일보 사설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가족경영의 장점을 살린 성공사례로 꼽힌다”며 “기업을 2세에 물려줄 길이 차단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을 키워나갈 유인이 감소하고, 결국은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크다”며 2세 상속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왜곡된 주장이다.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상속세를 내겠다’지만, 경영권은 주주나 이해 당사자가 경영능력이 있는 자에게 부여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재벌 총수가 2세들의 경영능력과 상관 없이 경영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 가족기업이 전문경영인에 비해 경영성과가 더 좋다는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며,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는 ‘책임있는 부자’라는 단체를 만들어 미국의 상속세 폐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으며, 자손들에게는 1천만달러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2위의 부자이자 수백조원의 자산을 지닌 금융기업 버크셔 해서웨이를 일궈낸 워렌 버핏은 지난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아들 하워드 버핏(51)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하워드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회장'이며, 최고경영자를 보완하는 일을 맡겼다. 더구나 그는 42조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자선사업에 기부하고 세 자녀에게는 한 푼의 재산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편법을 써서라도 재산권과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행태와 분명히 차별된다. ◇ 현행 상속세 어떻게 부과되나 때문에 조선·중앙·동아 등이 주장하는 상속세 인하 주장은 여론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상속세 인하가 모든 서민에게 혜택을 주는 양 포장하고 있지만 10억 미만의 재산을 상속할 경우 거의 상속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세청 조세연보를 보면, 2004년 상속세를 낸 사람은 1808명으로 전체 상속요인이 발생한 25만8021명 중 0.7%에 불과하다. 또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지만, 이는 ‘과표 30억원’(상속재산으론 최소 35억원) 이상에만 적용될 뿐이다. 상속가액이 20억원 밑이라면 평균 실효세율은 5%도 안된는 상황에서 상속세로 서민의 세금부담이 커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이들 신문의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이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고 하지만, ‘상속세’라는 이름의 세금이 없을 뿐 상속 재산을 양도차익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이는 독일(최고세율 50%), 프랑스(최고세율 60%), 미국(최고세율 46%), 일본(최고세율 50%) 등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높은 세율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속세를 폐지한 일부 나라들의 경우도 소득세제나 자본이득 과세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어,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이들 신문의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 때문에 민언련, 참여연대, 민노당은 16일 논평을 내어 이들 신문의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 민언련, “재벌 상속세, 혹시 조중동이 대신 내주나” 민언련은 “이들 신문이 내놓은 상속세 인하의 근거는 전경련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며 “사설을 통해 전경련 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왜곡된 상속세 인하 주장을 펴는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또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 “조세제도가 우리와 다른 각 나라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속세 폐지가 보편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는 나라들의 경우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추더라도 자본이득 과세제도 등을 통해 부의 부당한 세습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반면 우리는 상속세 외에는 변칙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와 관련해 “재벌의 편법적인 부와 경영권 상속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상속세 부담까지 덜어주라는 주장이 조세형평의 근간을 무너뜨리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 승계가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산권과 경영권의 개념을 혼란시켜 ‘경영권도 재산처럼 대물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몰아가고 있지만 경영권은 기업의 주주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위임받는 권리이지 세습되는 권리가 아니다”라며 “조중동의 주장은 자본주의 시장원리마저 벗어난 맹복적인 재벌 편들기”라고 일축했다. ◇ 민노당, 참여연대 “상속세 인하는 공평과세·재벌개혁 역행”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도 16일 논평을 내어 전경련의 주장이 공평과세 및 재벌개혁, 사회정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현재 상속세 납부 비율이 1%에도 이르지 못하는 현실과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상위 계층으로의 부의 편중현상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경련의 주장은 조세형평성을 훼손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재벌 2·3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세에 대한 특혜를 주는 것은 전경련이 주장했던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속·증여세제 개편 논란과 관련해서는 “돈 많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행운이 어떠한 검증 절차 없이 특정기업집단의 경영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시장경제원리를 포기한 것”이라며 “재벌의 편법상속을 위해 다시 법을 개악하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16일 낸 논평에서 “신세계와 삼성이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유리알 주머니를 차고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해 온 서민들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 뉴스꺼리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깝다”며 “이는 그동안 재벌들이 정당한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왔는지 반증하는 것”이라며 세금 없는 되물림이 근절되도록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전경련 등의 상속·증여세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그동안 저질러온 탈세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성실납세를 약속하고 솔선수범해도 부족한 마당에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뒤 “재벌체제를 개혁하고 기업 내 민주주의를 강화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한겨레·경향·한국 등 상속·증여세제 개편 논의에 부정적 한편, 한겨레·경향·한국의 사설은 조선·중앙·동아와 확연한 차리를 보였다. 한겨레는 ‘떳떳한 대물림과 빗나간 상속세 논란’ 사설에서 “전경련이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해 상속세를 제대로 내면 후세에 기업을 물려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기업을 기업주의 사유물로 보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사설은 또 “상속세는 기업인뿐 아니라 상속할 재산이 있는 모든 국민에 해당하는 조세”라며 “전체 영향을 살펴 다룰 일이지 경영권 승계만을 위해 고칠 사안이 아니고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인 양 호도하는 건 더더욱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향도 사설 세금을 제대로 내겠다는 ‘깜짝 놀랄 선언’’에서 “신세계의 상속·증여세 납부선언은 편법승계 의혹을 피하면서 참여연대와 벌이고 있는 광주신세계 유상증자 문제와 관련 법적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방편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세계의 상속·증여세 납부 선언이 재벌들이 본격적으로 달라지리라는 자기 다짐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사설 ‘신세계가 보여준 ‘지속 가능 경영’ 조치’에서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로 참여연대와 법정다툼 중인 신세계의 선언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주요 선진국의 상속세 논란이 지속 가능한 기업성장의 토대를 찾기 위한 것이지, 핏줄상속 장치를 마련해 주자는 게 아어서 우리 기업에 들이댈 수 있는 케이스가 아니다”라며 일부 기업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속·증여세제 개편 논의에 쐐기를 박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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