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6일 낮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임원 밤늦게까지 비상경영체제 논의
현대·기아차그룹은 26일 저녁 검찰 쪽에서 정몽구 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높은 듯한 발언이 나오자 ‘마침내 올 게 왔구나’는 반응을 보이며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는 주요 임원과 간부들이 밤 늦게까지 퇴근을 하지 않은 채 삼삼오오 모여 정 회장에 대한 검찰 처분 이후의 경영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비상경영체제 운영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 수뇌부가 정 회장의 구속에 따른 여러 파장을 고려해 ‘선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현대차 한 임원은 “우리 나름대로 정보망을 총동원해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알아봤는데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각계 탄원서가 잇따라 쏟아지고 정부 경제부처에서도 정 회장 구속 때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와 검찰이 이를 충분히 감안해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 및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한 뒤 정몽구 회장 구속 이후 예상되는 여러가지 경영상의 애로사항을 강조하는 자료들을 적극 언론에 홍보하며 검찰 수사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25일에는 중소기업 납품대금을 전액 현금결제한다는 내용의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검찰의 최종결정을 앞둔 시점에는 서울행정법원에 낸 정 회장의 양도소득세 불복소송까지 취하하는 등 막판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모처럼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외부적으로도 환율이나 유가라든지 어려움이 많은데, (현대차에 대한 검찰수사가) 혹시라도 실물경제에 걸림돌이 되거나 어려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며 “사정당국에서 이런 문제들도 잘 배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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