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청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의 파면 여부를 가릴 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앞서 대법원은 안 검사의 유씨 기소를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 판단한 바 있지만, 안 검사 쪽은 “공소권 남용이 아니다”며 이에 불복하는 주장을 폈다.
국회는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현직 검사가 탄핵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자신들이 유씨의 간첩 혐의 증거라며 제출한 중국 정부의 공문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유씨의 간첩죄 무죄가 선고되자, 4년 전 이미 기소유예 처분한 유씨의 대북 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은 2021년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며 “기소유예 처분 뒤 4년이 지나 처분을 번복하고 다시 기소할 의미 있는 사정변경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최초 사례였다.
이날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 청구인인 국회 쪽은 안 검사가 형법상 직권남용죄를 저질렀으며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고 국민 인권 보호, 적법절차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명시된 옛 검찰청법 4조2항도 위반했다고 했다. 또 “공소권 남용이 인정되면 직권남용에도 해당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위조됐음이 확인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격적으로 이 사건 기소가 이뤄졌고 유씨는 필요 없는 재판에 대응해야 하는 불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안 검사 쪽은 대법원의 ‘공소권 남용’ 판단부터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유씨의 기소유예 처분 당시와 배치되는 새로운 사정이 발견되어서 공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공소권 남용’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날 안 검사 쪽 대리인은 “(설령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더라도) 직권남용죄나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탄핵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다면, 안 검사의 위법한 공소제기가 ‘검사 지위를 박탈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인지’가 이번 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헌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사건을 선고할 당시 ‘행정 각부의 장’ 탄핵요건에 관한 판단 기준을 세우면서,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 형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탄핵심판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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