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성 기소를 지휘한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 뒤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대법원은 유씨에 대한 추가 기소를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해 공소기각했다.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수사권이 필요하다며 연일 집단행동을 하는 검사들은 이 사건에 대해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최근 이두봉 지검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공수처는 곧 유씨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달 공수처가 고소·고발 사건 선별 입건 규정을 폐지한 뒤 이뤄진 자동 입건인데, 공수처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검사의 기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며 공소기각한 첫 사건인데다 제3자 고발이 아닌 피해자 유씨가 직접 고소한 사건이어서 관련 수사자료와 검사 등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유씨가 고소한 대상은 2014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자신을 ‘재탕 기소’한 이두봉 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당시 당담검사), 당시 결재선에 있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신유철 전 검사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이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꼽힌다.
2014년 검찰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간첩 증거를 의도적으로 방치해 유씨를 재판에 넘긴 정황이 드러나며 관련 검사들이 징계를 받자, 4년 전 검찰 스스로 사안이 경미해 기소유예 처분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보수단체 고발을 빌미로 재수사해 기소했다. 이에 법원은 “기소에 의도가 있다.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위법하다”며 공소기각 판결했지만, 검찰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기소유예 처분 뒤 4년이 지나 다시 기소할 이유가 없다”며 공소기각을 확정했다. 대법원 쪽은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을 확정한 첫 사례”라고 했다. 직권남용죄 공소시효는 7년이다. 다만 검찰이 공소권 남용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시점 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공수처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반대하는 전국 검사들의 입장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씨 사건을 비롯해 ‘김학의 별장 성폭력‘ 면죄부 등 검찰 과거 잘못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이 지검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업무처리에 유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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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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