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정주 할머니가 지난 8월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제동원 소송 대법원 신속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현금화 명령 판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1940년대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10여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940년대 강제동원돼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2건에서 상고를 기각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본제철 상대 소송은 제기된 지 10년9개월만,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제기된 지 9년10개월 만이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소송은 곽아무개씨 등 7명이 2013년 3월 제기했다. 이들은 태평양전쟁이 벌어진 1942∼1945년 일본제철 전신인 국책 군수업체의 제철소에 강제로 동원돼 일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일한 강제동원 피해자 3명과 유족 오아무개씨가 2014년 2월 제기했다. 두 사건 모두 1·2심에서 이들에게 각 1억∼1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이 처음 일제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것은 2012년이다. 2000년 고 정창희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1·2심에서 패소했는데, 대법원은 2012년 5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시하며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번 두 사건은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보고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잇따라 제기한 소송이라 ‘2차 소송’으로 불린다. 2차 소송의 2심 판결은 1차 소송의 재상고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판결을 보류했는데, 1차 소송의 최종 결론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내내 미뤄지다가 2018년 10월에야 확정됐다. 이후 2차 소송이 재개됐지만 원고로 이름을 올렸던 피해 당사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됐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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