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역사 안에서 침묵 시위를 하던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김채운 기자
경찰이 지하철 역사 안에서 ‘침묵시위’를 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를 이틀째 현행범 체포했다. 단체가 지하철 운행 지연을 야기하거나 시끄럽게 소란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무분별하게 퇴거 조처하고 체포하는 것을 두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14일 아침 8시34분께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대합실에서 침묵시위를 하던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퇴거불응, 업무방해,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는 15명의 전장연 활동가가 참가했고, 이 대표는 경찰의 퇴거 요청을 끝까지 거부하고 자리를 지키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휠체어를 탄 이 대표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후 강제로 연행하려 했지만, 이 대표가 스스로 올라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현장에 경찰은 약 70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전날에도 혜화역 역사 안에서 침묵시위를 하던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같은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전장연 쪽은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공공장소인 대합실에서 에이포(A4) 종이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는 문구를 적은 채 침묵시위만 벌이는 활동가들을 연행하는 것은 과도한 조처라고 주장한다.
전장연은 이달 1일부터 국회 예산 심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고 침묵시위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서울교통공사는 이 또한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관련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철도안전법상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금지행위는 운행 방해 및 소란 행위 등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여야 한다. 그간 단체의 기자회견을 같은 법 시행규칙상 역 시설내에서 금지하는 ‘연설·권유를 하는 행위’로 보고 막아왔다. 그러나 침묵시위로 더는 이 조항도 적용할 수 없게 되자, 공사는 ‘철도안전 및 보호와 질서유지를 위해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철도안전법 49조를 퇴거 근거로 내세웠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박한희 변호사는 “직무상 지시가 적법해야 하는 것인데, 공사 주장대로라면 센터장이나 역장의 지시를 왕처럼 따라야 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