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여름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검시에 참여했던 군검사가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군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수사한 군검찰은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도 재판에 증거 기록으로 제출하지 않았다. 증거 기록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해군검찰단 소속 군검사 ㄱ씨는 지난 10월4일 군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해병대수사단에서 이 사건에 외압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을 들었다며 “외압 내용은 사건 혐의자에서 1사단장, 7여단장을 빼라는 취지의 내용이었고 그 최종 출처는 브이아이피(VIP) 라고 들었다. 해병대수사단이 직을 걸고 이 사건에 임하고 있다고도 들었다”고 밝힌 것으로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ㄱ씨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를 잘해서 다 혐의를 적시해서 이첩했다.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적기도 했다.
지난 8월31일 군인권센터는 해병대수사단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8월2일과 3일, ㄱ씨와 해병대수사단 관계자의 통화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ㄱ씨는 당시 통화에서도 수사 외압을 걱정하며 “(사건 기록) 사본을 챙겨두라, 무섭다”고 말했다. 이후 있었던 군검찰 조사에서도 ㄱ씨가 대통령 외압과 관련해 일관된 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군검사들이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사실도 확인됐다. ㄱ씨는 진술서에서 “기록을 봤는데 간부와 병사를 막론하고 현장 인원들의 진술서 중 다수에서 채 상병 사망사고의 책임이 사단장에게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군검찰단 소속 군검사인 ㄴ씨 역시 8월21일 군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해병대수사단에) 필요시 사단장이라 하더라도 조사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있다”며 “(다른) 판결들에 비추어보더라도 충분히 기소까지 갈 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ㄱ씨는 “비록 개인 견해이지만, 수사단 결과에 공감했다. 그리고 존경스러웠다”며 “검시에 참여한 군검사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부끄러운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 외압에 대한 대비나 임 전 사단장 혐의 적시 등에 대한 자신의 조언이 틀리지 않았다는 취지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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