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사령관, 해병대 1사단장,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 수사 논란과 외압 의혹의 당사자들이 하반기 장군 인사에서 문책은커녕 승진하거나 보직에서 유임됐다.
정부가 6일 발표한 중장급 이하 하반기 장성 인사를 보면, 야당이 문책성 교체를 요구해온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이 유임됐다. 고 채 상병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김 사령관 등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박 대령은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두고 “브이아이피(대통령)가 격노했다”는 얘기를 김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이 주장을 부인했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 사령관 교체 여부에 대한 질문에 “김 사령관에게선 어떤 흠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남은 임기를 기다려주지 않는 건 적절치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병대사령관 임기는 2년이어서, 지난해 12월 임명된 김 사령관의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고 채 상병의 소속 부대였던 해병대 제1사단 임성근 사단장(소장)은 지난해 6월 임명돼 통상 1년6개월이나 2년인 임기가 끝나,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장을 맡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보직 없이 정책연수를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경북경찰청이 임 사단장의 법적 책임 여부 등을 포함한 채 상병 순직 수사를 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경찰이 수사하는 기간에 대기하며 복귀를 준비하라는 뜻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책연수자는 1년간 특정 과제를 연구한 뒤 보고서를 낸다.
고 채 상병 사건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해 수사 외압을 행사한 통로란 의혹을 받아온 임기훈 육군 소장은 중장으로 진급해 국방대 총장을 맡는다.
이런 인사는 고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해병대사령관의 정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수사 외압은 없었다 △해병대 1사단장에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국군방첩사령관인 황유성 중장이 합동참모본부 차장으로 보직 이동하고, 육군에서는 곽종근·이진우·여인형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해 각각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국군방첩사령관에 보직됐다. 해군에서는 강동길·최성혁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해 각각 해군참모차장과 해군작전사령관에 임명됐다. 공군에서는 김형수·진영승·손석락 소장이 각각 공군작전사령관,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공군참모차장으로 임명됐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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