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교통공사 정문 앞 오후 1시에 열린 서울교통공사 규탄 공동주체 기자회견에서 지윤 녹색당 활동가와 강형욱 원불교 인권위윈이 발언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집회는 허가의 대상이 아닙니다. 발언이나 구호를 외치니 소란행위라 하여, 침묵시위를 하겠다 하니 그건 권유 행위여서 위법하다고 합니다. 시민들에게 장애인 권리 보장을 권유하는 게 위법입니까?”
12일 오후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시민단체 20여개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이동권과 집회의 권리를 침해하는 서울교통공사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밝혔다.
단체들은 지난 4~8일 5일간 지하철 역사 내부에서 진행하려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연대 기자회견이 철저히 봉쇄된 점을 문제 삼았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서울교통공사 쪽의 퇴거 명령이 떨어졌고, 기자회견을 시작한 경우엔 퇴거 명령을 듣지 않았다며 경찰에 연행됐다.
특히 지난 8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선 전장연 회원인 중증장애인 2명을 비롯한 비장애인 활동가와 연대한 이들까지 8명이 체포되고 약 35시간 뒤에 석방되기도 했다. 박남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집회시위인권침해감시변호단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불만이 있으면 나중에 소송하라며 활동가들을 막무가내로 승강장 밖으로 밀어냈다”고 말했다.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수석본부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이동권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집회와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전차 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이를 불법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19조4항을 지키지 않아 장애인이 이동권에 문제를 겪고 있다. 누가 먼저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냐”고 말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19조4항은 교통사업자 및 행정기관이 장애인이 이동·교통수단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날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예산이 우리가 요구했던 3350억원에서 271억원만 증액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이것만이라도 통과한다면 앞으로 출근길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여러번 이야기 했다”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오는 13일부터는 출근길 승강장이 아닌 대합실 개찰구 앞에서 선전전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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