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 대통령실 제공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사형제는 지향성으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10일 밝혔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의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놨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사형제 폐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심리 중인 사건에 관하여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위헌 여부와 무관하게 사형제는 지향성으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시기는 국민들의 합의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우리 헌법 기본권 조항 중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현행 헌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인격권, 생명권 등을 직접 규정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생명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에 대해서는 “헌법에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부터 위하력, 실효성, 국민의 법감정 등을 종합하여 도입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서는 “국가보안법의 개정이나 폐지는 결국 국민적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과거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사상 및 표현의 자유 등이 제한되었던 역사를 반성적으로 고려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정 후보자는 헌법재판소 설립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판결로 2005년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등을 꼽기도 했다. 그는 호주제 폐지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낙태죄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사법부 인사 검증에 대해서는“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하는 것은 삼권분립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인사검증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법권의 독립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외관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에 대한 인사검증을 법무부에서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압수수색 영장이 무분별하게 발부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권한남용,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정 후보자는 2018년 2월 ‘국정농단 뇌물’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이 사건을 ‘정경유착’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을 ‘겁박한 사건’으로 정의하며 경영권 승계 청탁 등을 무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1심에서는 징역 5년이 선고됐었다. 항소심에서 이 회장의 혐의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뇌물 액수도 89억원(1심)에서 36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하지만 이후 대법원에서는 이 회장의 뇌물 액수를 86억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답변서를 통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요구형 뇌물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였다며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최종적으로 인정된 뇌물액수와 차이가 발생하였고, 피고인인 이재용 회장에게 실형이 확정된 점에 대하여는 유감을 표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정 후보자는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판결하였다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2009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해임 처분의 사유가 일부 인정되지 아니하고, 나머지 사유들의 성격과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당사자의 지위 등에 비추어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가 차남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려주면서 0.6%의 저금리로 이자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 후보자에게서 받은 답변서를 보면 정 후보자는 2021년 6월 결혼한 차남의 신혼집 마련 목적으로 1억7000만원을 연리 0.6%에 차용해주었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정 후보자는 “(간주 이주율 연 4.6%로 계산한) 연이자소득액이 1000만원 미만일 경우는 (증여세 의무에서) 제외한다고 알고 있다”며 “차남에 대한 대여금 채권에 관하여 이자를 지급받지 않더라도 증여세 부과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하나 차용 사실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차남으로부터 0.6%에 해당하는 이자를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고 답변했다.
위장 전입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신혼 초 서울 송파구에서 살면서 분당 지역 청약을 시도하다) 1992년 3월1일자로 진주로 발령받아 서울에서 진주로 내려가게 되었다. 당시 직장근무를 위해 거주지를 이전하는 경우는 거주요건이 불필요한 것인지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이 없었고 이에 후보자는 1992년 3월11일 본인의 주민등록만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이전하고 진주로 내려갔다. 가족들은 진주로 주민등록 이전을 했다”며 “공교롭게도 진주로 내려간 직후인 1992년 4월 12차 분양에 당첨됐다”고 해명했다. 장남은 세대주 자격 유지, 차남은 집주인의 요구 등으로 실거주지 대신 다른 곳에 주소지를 둔 적이 있다고도 밝혔다.
정 후보자는 병역판정검사에서 1984년 4월 신체등급 3급을 받은 뒤 2년 뒤인 1986년 4월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첫 판정검사 때) 만성골수염 과거력을 이유로 3급 현역병입영대상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그 후 1985년 9월 만성골수염이 재발하여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 치료를 받게 되었다”며 “만성골수염 현재력을 이유로 5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게 되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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