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무재단 관계자들이 9월12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사안 조사를 교사가 아닌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맡게된다. 정부는 퇴직 교사·경찰관 등 2700여명을 전담 조사관으로 각 교육지원청에 배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을 7일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학교폭력이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중대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온전히 선생님 개인의 헌신과 책임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학내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학교 현장이 학교폭력 업무의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나 본연의 기능인 교육적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 사안처리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선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사건 발생 장소와 상관없이 학교 폭력 책임교사가 사안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학부모와 갈등을 겪거나 악성민원, 학부모 협박 등에 시달릴 수 있고, 학교폭력 관련 업무로 인해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사안조사는 교사가 아닌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맡게 된다.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에서는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피해학생 쪽의 동의 여부를 확인해 요건을 충족한다면 피·가해학생 간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한다. 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피해학생 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제로센터에서 ‘학교폭력 사례회의’(사례회의)를 통해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직접 심의를 요청한다. 사례 회의는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검토·보완해 조사의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설됐다.
조사관으로는 학교폭력, 생활지도, 수사·조사 경력 등이 있는 퇴직 경찰 또는 퇴직 교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게 되며, 약 2700여명(177개 교육지원청 당 약 15명)이 배치된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사관을 교육지원청에 배치할 계획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학교전담경찰관 수를 현재 정원 1022명(1인당 12개교)에서 1127명(1인당 10개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들은 기존에 수행하던 학교폭력 예방 활동, 학생 보호 선도 등의 업무에 더해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과 관내 학교폭력 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학교폭력 사례 회의에 참석해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자문하는 일도 맡게 된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도 의무 위촉돼 심의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인다. 학교전담경찰관이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학교폭력 사례회의-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전문성·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률전문가 비중을 늘리고, 학교폭력 사례회의가 분석·체계화한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심의의 객관적 기준을 정립해 나갈 방침이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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