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해 학교폭력 정책에 대한 자체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매긴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과 심의 건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학교 현장에선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처 등 교육 당국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부업무평가 포털 누리집을 보면, 이런 내용이 담긴 교육부의 ‘2022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가 올라와 있다. 교육부 등 중앙 행정기관은 매년 기관장 책임 아래 소관 정책을 스스로 평가하는 자체평가를 벌여 그 결과를 공개한다. 지난해 평가는 교육부의 67개 정책과제를 대상으로 외부위원 29명과 내부위원 1명 등 교육 분야 전문가 30명으로 꾸려진 자체평가위원회에서 진행했다. ‘매우 우수’부터 ‘부진’까지 7단계로 평가됐으며, 정책의 효과와 국민 체감도를 중점적인 평가 방향으로 삼았다.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이라는 정책과제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계획수립 적절성, 집행과정 충실성, 성과지표 달성도, 정책효과 등 4개 평가지표 중 집행과정 충실성(보통)을 뺀 3개 모두 ‘우수’ 등급이다. 평가위원회는 주요 성과로 학교폭력 예방 문화의 정착,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 피해 학생 보호·지원 체계 강화와 가해 학생 교육·선도 지원을 들었다. 언어·사이버폭력 예방 활동 지원과 학교폭력 사안 처리 업무담당자 연수 지원, 피해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유형의 지원기관 확대 등이 구체적인 성과로 꼽혔다. 67개의 정책과제 중 가장 높은 ‘매우 우수’ 등급은 5개, 그다음으로 높은 ‘우수’ 등급을 받은 것은 6개뿐이다. 지난해 교육부의 전체 정책과제 중 학교폭력 정책의 성과가 11위 안에 든다는 의미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교폭력이 갈수록 증가하는데 학교폭력 대처에 ‘우수’ 등급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국민 체감과 정책효과라는 평가 기준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의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19년 1.6%→ 2020년 0.9%→ 2021년 1.1%→ 2022년 1.7%로, 지난해 피해 응답률이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높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2019년 3만1130건→2020년 8357건→2021년 1만5653건→2022년 1학기 9796건으로 집계됐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 쪽에서 행정소송과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내 징계 처리를 지연시키고 피해 학생과 분리되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지며 현행 학교폭력 대응 방안의 미흡함이 드러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학교폭력이 늘긴 했지만 담당 부서에서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계획을 열심히 수립한 점과 기존에 하지 않던 프로그램을 운영한 점 등도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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