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왼쪽)과 이충상·김용원(오른쪽 앞줄 왼쪽부터) 상임위원이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무유기는 옆에 있는 (송두환) 위원장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위원장은 인사권을 남용해 위원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김용원 상임위원)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단수 조치와 관련) 집에 와서 샤워하고 오면 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농성을 24시간 하는 거 아니잖습니까.”(이충상 상임위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대상으로 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장에서 인권위 두 상임위원은 그동안 해왔던 발언을 꿋꿋하게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의 입에선 “수준 이하다” “말장난하냐” “부끄럽지 않냐”는 말이 계속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두 사람의 편을 들거나 해명할 기회를 주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침해구제1소위 위원장으로서 지난 8월1일부터 소위를 열지 않는 것과 관련 모든 책임을 자신의 인사조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송두환 위원장에게 돌렸다. 문진석 의원(민주당)이 “인사조치와 침해구제1소위 안 여는 게 무슨 상관이냐. 몽니를 부리냐”고 묻자 “관계가 있다. (인사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위 개최할 때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8월1일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집회 방해 진정사건을 다루는 침해구제1소위에서 ‘기각 선언’을 하고 회의를 종료한 뒤, 이후 조사침해국장과 조사총괄과장이 본인의 후속조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소위 개최를 거부해왔다. 현재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지난 10월3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침해구제2소위 위원장으로서 심의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단수 진정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각하시키겠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이동주 의원(민주당)이 따지자 “진실한 사실을 공익도 위하고 딱한 근로자를 위해 말했기 때문에 확실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결론은 정해져 있다.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상임위원은 현재 한국옵티칼 노조 등 진정 당사자로부터 기피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소위원회에서 3명 중 1명이 반대해도 전원위에 올려 논의하던 관례를 뒤집었다”는 문진석 의원 지적에 대해 “뒤집은 적 없다”고 말했다. “관례를 무시하지 않았냐”고 하자 “무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더니 “관례와 다른 업무처리”라고 말했다.
서범수 의원(국민의힘)이 소위 의결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22년간 인권위가 법 해석을 잘못했다. 상식에 어긋나고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윤영덕 의원(민주당)이 “오만하다”고 지적하자 결국 “표현이 정제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상임위원이 추석 때 부산 영도구에 건 현수막과 인권위 공식 승인을 받지 않고 개별 입장문을 발표한 일에 대해서도 따졌다.
한편, 이날 송두환 위원장은 최근 인권위에서 쟁점인 소위원회 의결 방식과 관련 “인권위에서 연간 심의해야 할 진정 건이 1만건인데 이를 전원위 11명이 직접 다루기 힘드니까 소위를 구성해서 업무를 일부 위임한다. 소위에서 3명이 만장일치되지 않은 사안들만 전원위에서 논의를 한다”며 소위원회에서 1명만 반대해도 기각되는 자동기각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한규 의원(민주당)이 “상임위원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데 (이들이 위원장을 맡은) 소위원회 구성을 변경하는 특단의 조치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그런 부분도 검토대상이기 하나 내부 특성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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