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9일 수년째 ‘다이어트 약 성지’로 불리며 ‘입장 전 미리 줄서기’(오픈런) 행렬로 장사진이 이어지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ㄹ의원. 이날도 의원 안에는 많은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병찬 기자
‘다이어트 약 성지’로 불리며 오픈런(입장 전 미리 줄서기) 행렬로 유명한 서울 구로구 ㄹ의원 원장이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처방한 혐의로 입건됐다. 실제 해당 의원에서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상위 3명의 3년 치 기록을 보면 심각한 오남용이 의심된다.
22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전날 서울 구로구 구로동 ㄹ의원 이아무개 원장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입건한 뒤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인 펜디메트라진 등을 환자들에게 과다하게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앞서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 ㄹ의원을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의심으로 수사의뢰했다. 한겨레는 지난 4~5월 해당 의원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의심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한겨레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식약처로부터 받은 ㄹ의원의 지난 3년간(2020∼2022년) 의료용 마약류 처방 내역을 보면, 가장 많이 처방받은 3명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의심 정황은 뚜렷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20대 ㄱ씨는 지난 3년간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인 펜디메트라진은 모두 5985개 처방받았다. 특히 2020년에는 한 해 동안 2583개를 처방받았는데, 이는 하루 7개꼴로 식약처가 권고하는 하루 복용량 6개(개당 17.5㎎ 기준)를 초과하는 양이었다.
나머지 상위 처방 2명 역시 식약처의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 기준’,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을 벗어나 과도하게 식욕억제제 등을 처방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20∼30대 여성인 이들은 모두 3년 동안 꾸준히 펜디메트라진을 포함해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항불안제인 디아제팜을 처방받아왔다.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항불안제와 식욕억제제는 복용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오·남용에 해당한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 등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복용 중 우울증과 불안, 불면증 등 기분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식욕억제제 처방 및 사용 시 비만 관련 지표 변화 및 계측 결과 심혈관계 위험 요소 측정 결과 등을 기록하고 추적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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