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침 7시40분께 40여명의 사람들이 ‘다이어트약 성지’로 유명한 서울 구로구 ㄱ의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날부터 줄을 서면서 밤을 새우거나, 새벽 이른 시간에 와서 줄을 섰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다이어트약 성지’로 불리며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는 서울 구로구 한 비만클리닉을 경찰이 식욕억제제와 같은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온라인상에서 ‘다이어트약 3대 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서울 구로구 ㄱ의원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ㄱ의원은 다이어트약 중 하나로 처방하는 식욕억제제(디에틸프로피온) 등을 과다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디에틸프로피온은 마약류관리법상 오남용을 막기 위해 관리되는 향정신성의약품(향정)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1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의심되는 병·의원 17곳(서울 10곳, 서울 외 지역 7곳)을 경찰청에 수사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향정 등 의료용 마약류의 유통·제조·처방 및 조제 과정을 기록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서 처방기준에 벗어나 과도하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병·의원을 선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앞서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에 대한 수사도 지난해 11월 식약처가 이 시스템에서 프로포폴 오남용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30일 <한겨레>는 ㄱ의원이 향정에 해당하는 식욕억제제를 포함해 항우울제 등
13가지 종류의 약을 처방한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다이어트약 성지’라고 불리는 ㄱ의원 앞은 약을 받기 위한 행렬이 전날 밤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향정을 오남용해 처방하는 의원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최장 징역 5년 또는 최대 5000만원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다이어트약 성지’로 유명한 서울 구로구 한 비만클리닉의 처방전. 고병찬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