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경감이 파출소장 시절 지역 유지와 함께한 자리에 동석하라고 박인아 경위에게 보낸 메시지. 박 경위 휴대전화 갈무리
지역 유지에 대한 접대 강요 등 부하 여성 경찰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으로 감찰 조사를 받은 파출소장에게 견책 처분이 내려지면서 봐주기식 징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 ㄱ경감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경찰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견책은 경징계 중에서도 수위가 가장 낮다.
다수의 비위가 인정된 상황에서 오는 12월 정년퇴임하는 ㄱ경감에게 봐주기식 징계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갑질 피해자인 박인아 경위는 한겨레에 “올해 12월에 퇴임하는 경찰관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봐주기 징계를 했다”며 “하지만 현행 규정으로는 징계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이의신청이나 소청도 못 하게 되어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외부인사가 과반 참여하는 징계위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견책 처분을 내린 이유 등은 규정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월 서울경찰청은 ㄱ경감에 대해 징계위에도 회부하지 않은 채 ‘직권경고’로 사안을 마무리했다. 직권경고는 징계가 아니어서, 경찰기관의 장이 경고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박 경위의 진정을 접수한 경찰청이 직접 조사에 나서 지난달 18일 ㄱ경감의 행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지시 요구에 해당해 비위가 인정된다며 서울청에 징계위 회부 의견을 통보했다. 경찰청은 ㄱ경감이 지역유지와의 만남과 실내 암벽 등반을 강요하는 등 비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고, 박 경위의 근태를 문제 삼기 위해 파출소 시시티브이(CCTV)를 불법으로 본 사실까지 인정됐다.
한편, 서울청은 최근 박 경위에 대한 징계위 회부를 통보한 상태다. ㄱ경감이 시시티브이를 돌려본 뒤 근무 중 형사 점퍼 착용, 부적절한 언행, 정당한 지시 불이행 등을 정리해 역으로 진정을 냈다가 이를 취하했지만, 서울청에서는 징계위 회부 의견을 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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