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지역 유지 접대 강요 등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여성 경찰이 이후 경찰 조직 내에서 광범위한 2차 가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차 가해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최근 판단한 경찰청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박인아 경위는 3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제가 병가 후 출근하자 파출소 팀장은 ‘병가 갔다오더니 얼굴만 좋네’ ‘너 갈궈서 다른 데로 쫓아버릴 거야’라는 말을 했다”며 광범위한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경위는 “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피해자가 여경(여성 경찰)임을 내세워 ‘을질’에 나섰다거나 ‘파출소장과 연대해서 박인아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 ‘박인아라는 사람이 원래 세평이 좋지 않았다’는 식의 글들이 20개 이상 올라온 상태에서 많은 동료들이 그 글을 읽고 그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에서 근무한 박 경위는 지난 7월 경찰 내부 게시판에 소속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바 있다. 박 경위는 파출소장이 지난 4월 지역 유지인 80대 남성 ㄱ씨와의 식사 자리에 자신을 불렀고, ‘회장님’으로 불린 ㄱ씨가 박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게 시키고 사진을 찍자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박 경위는 파출소장이 “회장님께서 승진시켜 준대. 빨리 오라”며 다시 부르기도 하고, 근무 시간에 자신에게 단둘이 실내 암벽 등반장에 가자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7월11일 지난 11일 한국방송(KBS)이 보도한 “회장님 호출”…여경 불러낸 파출소장에 ‘구두 경고’ 보도. 한국방송 갈무리
이 같은 제안을 거절하자 파출소장이 동료들 앞에서 소리를 질러 망신을 주거나 “다른 곳으로 발령 내겠다”며 위협하는 식으로 보복했다는 게 박 경위의 주장이다. 박 경위는 지난 5월 성동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진정서를 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시 서울경찰청은 파출소장에게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결국 지난 7월 박 경위가 사건을 경찰 내부 게시판에 공론화하자 그제서야 경찰청이 서울청과 성동서에 대한 감찰 조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이 파출소장의 행위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지시 요구에 해당해 비위가 인정된다”며 서울청에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토록 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2차 가해성 발언에 대해 박 경위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는 “비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경위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서 말한) 이런 발언들이 2차 가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 이게 저한테는 이런 행위를 해도 된다고 인정하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며 “파출소장님은 곧 퇴직이시고, 나머지 분들은 봐주기 위해 이런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싶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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