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GWU)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혐의를 반박하기 위해 아들이 다녔던 대학의 미국인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13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가 내년 2∼3월에 한국 법정에 출석해 증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증인 채택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국 전 장관은 2016년 아들이 다니던 조지워싱턴대학교의 온라인(비대면)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 등이 인정돼 지난 2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에서 혐의를 반박하기 위해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맥도널드 교수가 증인 요청을 받고 해당 사건이 형사재판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놀라했다”며 “맥도널드 교수는 (본인이) 경험하고 운영한 학교 제도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으로, (올해) 11월이나 내년 1월까지는 영상 증언을 할 수 있지만 직접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만큼 내년 2월에 재판 일정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조 전 장관 쪽은 “(조 전 장관은 아들의) 시험을 도와준 것 뿐이다. 테스트를 도와주는 것과 답을 직접 전달하는 것의 규정이 다르게 적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조지워싱턴대의 규정이 어떤 의미인지, 지도교수로서 학생에게 행위별로 고지를 했는지, 그동안 이런 행위에 어떤 제재를 해왔는지 등 남의 나라, 남의 대학 규율을 살펴보지 않은 채 막연히 업무방해라고 보기엔 무리”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조 전 장관 쪽에서 맥도널드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다음달 18일을 마지막 공판기일로 정해놨는데,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것은 재판을 2~3개월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검사는 “업무방해 혐의는 진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답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가 명백해 증인 신문 여부와 관계 없이 혐의가 되는지 판단에 지장이 없다”며 “(증인신문) 절차가 소송을 지연시키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4월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조 전 장관이 재판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쪽과 검찰에서 질문을 맥도널드 교수에게 보낸 뒤 답변을 진술서와 의견서 형식으로 받아 판단하자는 방법을 제시했다. 영상 재판을 하게 되면 미국 뉴욕과 시차(13시간)가 커 현실적으로 어렵고, 직접 재판에 출석하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재판부가 중재안을 제안한 것이다.
조 전 장관 쪽은 “그런 절차도 질문을 받아 정리하고 반영해 회신을 받고 하면 내달 18일까지는 도저히 안 되고, 두 달 정도는 걸린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재판부는 “내달 18일 후 당장 판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두 달 안에 (답변이)오면 원포인트로 증거조사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증인의 채택 여부는 오는 20일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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