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증 보도’ 수사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를 압수수색해 위법 논란이 일자 검찰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수사 개시 범위에 대한 판단은 현실적으로 본안 재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확대해석과 법원의 소극적 태도가 맞물리면서 무분별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에 관한 법원 내부의 영장 심사 관련 논의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법원이 검찰의 수사권과 관련한 쟁점을 본안 재판으로 미루고 있는 셈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검찰청법 개정 이후 이를 영장 실무에 반영하기 위한 법원 내 별도 논의는 없었다. 영장 심사도 일종의 재판이라 행정처 차원에서 판단 기준을 세우기는 어렵다”며 “검찰 수사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은 폭넓게 발부됐더라도, 본안 재판에서 영장 효력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원행정처 관계자도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에 대한 판단은 아직 법원 영장 실무에서 명확히 정착되지 않은 부분 중 하나”라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규정한) 관련 법규 해석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판사가 (수사개시 범위를 따져)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수사 개시 범위를 넘어선 수사’라는 비판이 일자,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은 “법원도 (검찰의 판단을) 인정해 관련 영장들을 발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 수사를 견제해야 할 법원이 ‘기계적 영장 발부’로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석배 단국대학교 교수(법학과)는 “개정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는 검찰 수사 범위 축소가 명백하다. 법률에 대한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가진 법원이 검찰의 자의적 수사권 확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입법예고했던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장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지금은 영장판사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서면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에 법원이 수사기관과 사건관계인에 대해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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