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당시 조희대 선임대법관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장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간담회에서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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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전 대법관은 엄격한 법 원칙을 중시하는 실력파 법관으로 꼽힌다. 법원 내 신망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사법행정 경험이 적어 사법부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 후보자는 엄격한 법 원칙을 중시하는 ‘원칙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이던 2009년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 항소심을 맡아 10대 청소년 피고인들의 누명을 벗기기도 했다. 피고인들의 자백이 엇갈리고 명확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2007년에는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 항소심을 맡아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이사가 회사 지배권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면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의 원칙주의는 법관 생활 내내 뚜렷한 보수 색채로 나타났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는 대체로 다수의견에 편에 섰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는 전원합의체 2건에 1건꼴로 소수의견 또는 별개의견을 개진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박영수 당시 특별검사팀의 증거수집 방식을 문제 삼으며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서도 “사자 명예 존중의무를 규정한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제재가 위법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사법부 내부 신망은 높은 편이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별명이 ‘생불’이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이며 인품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판사들과의 관계에서 트러블이 있었던 적이 없고 신망이 높아 법원에 다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 이종석 후보자와 같은 티케이(TK) 출신에 고등학교와 대학마저 같다는 점과 정년이 얼마남지 않아 임기가 3년6개월 밖에 남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사법부 수장 둘을 같은 지역,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로 지명하는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대법원하고 헌재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긴장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경상북도 경주 출신인 조 후보자는 경북고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장 등을 거쳤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 후보자가 되었으며 인사청문회 이후 여야가 모두 적격 의견을 냈다. 2014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도 재석 234명 가운데 찬성 230표, 반대 4표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 2014년 3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2020년 대법관 퇴임 뒤에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해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