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혐의로 입건된 전청조씨가 지난 3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33년 간 검사로 재직하며 사기죄 수사를 전문으로 해온 전직 검사가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전청조씨의 사기 행각에 대해 “저도 깜빡 속을 정도”라며 “전문가들이 말하는 13가지 사기 전략을 뒤섞어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임채원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6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통상 그동안 수사를 해보면 사기꾼들 수법이 평생 한 가지 내지 두 가지”라며 “그런데 전청조는 여러 사기 패턴을 뒤섞어 사용했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등을 거쳐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을 역임한 사기 수사 전문가다.
임 변호사는 “전청조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벌 출신이라고 얘기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안할 정도로 물량 공세를 해 경계의 벽을 허물고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었다”며 “자기가 재벌 3세라는 걸 과시해서 최면에서 못 깨어나게 해야 하니까 계속 물량 공세하고 눈으로 보여줘서 이걸 토대로 더 큰 사기를 치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인을 안다고 허풍 떠는 것 역시 전형적인 사기 패턴이라고 했다. 임 변호사는 “유명 인사를 안다고 병풍 치기를 하는 건 기본 패턴”이라며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벌 얘기를 하니까 처음에는 약간 의심했을지 모르지만 그냥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임채원 변호사가 6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임 변호사는 전청조가 신뢰를 얻기 위해 사기 대상의 심리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었다는 점도 주목했다. 임 변호사는 “(남현희는) 이혼 후 심적으로 공허한 상태였다”며 “펜싱 학원의 성추행 문제 해결이라는 절실한 니즈를 (전청조가) 해결해주겠다고 하면서 (남현희를) 공략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남현희 입장에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기처럼 왜소하고 한참 어린 사람이 강한 승부욕을 보이면서 ‘꼭 이기고 싶어서 최고인 당신을 찾아왔다’고 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 변호사는 누구나 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유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 변호사는 “많은 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똑똑하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투자 전문가, 판사, 교수도 사기를 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친분 관계를 이용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변호사는 “직장에서 20년 친하게 지내던 선배, 멘토처럼 모시던 분한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사별하고 재혼한 남편 등 가족, 형제간에도 사기를 친다”며 “너무 미안할 정도로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뭔가 목적의식이 있으니 경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부부간에는 사기를 쳐도 형 면제라 처벌을 못 한다”며 “계획적으로 접근해 혼인 관계를 성립한 뒤 재물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기를 당한 뒤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기꾼을 처벌할 수 있으려면 철저하게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임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 해 사기가 148만2천건 정도인데, 기소되는 게 20%밖에 안된다”며 “사기죄 구성이 사람을 속여서 남의 재산을 가로채는 두 가지인데, 이 속였다는 부분이 대개 구두로 이뤄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주고받았다는 차용증이 있으면 민사에선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겨도 (강제집행 할) 돈이 없으면 배상을 못 받는다”며 “형사처벌이라도 받게 하려면 차용증을 잘 써야 한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두 가지를 묻고 한 가지를 실천하라”며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 그 돈을 어디다 쓸 건지, 그리고 어떻게 갚을 건지 물어보고 이를 차용증에 적어두라”며 “투자인 경우에는 원금 보장 무조건 해달라고 우기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나중에 속아서 돈을 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또 “돈에 꼬리표를 달라”며 “현금 거래는 (기록이 남지 않아) 매우 위험하니 계좌 이체를 하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