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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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이/잘 표현되지 않아/안타까울 때도/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이해인 ‘단풍나무 아래서’ 중)
여행객들 사이에서 예년보다 풍경이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올해도 가을 단풍이 절정을 향해 가며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물들이고 있다. 전국 곳곳 유명 단풍 명소들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고 있는 가운데, 11월초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곳이 많다. 멀리 갈 여유가 없는 이들은 도심 속 숨은 ‘단풍 맛집’도 찾아볼 수 있다.
2일 산림청의 ‘가을 단풍 예측 지도’를 보면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초다. 지자체와 국립공원은 앞다투어 절정에 이르는 단풍 명소를 찾아오라고 홍보하고 있다. 충북 제천 월악산, 전남 장성군 백암산, 전북 순창군 강천산 군립공원, 대구 팔공산 등 전국 곳곳에 이번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단풍 명소가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에는 일부 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어 단풍 여행에 나서려면 일기 예보를 확인해야 한다.
10월29일 오후 강원 춘천시 대표 관광지인 남이섬을 찾은 관광객이 단풍 든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풍 여행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은 도심에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시는
누리집(www.seoul.go.kr/story/autumn)과
스마트서울맵(map.seoul.go.kr)에 ‘서울 단풍길 99선’을 공개하고 바쁜 일상 속 가을 정취를 느끼라고 권한다. 서울 단풍길 99곳에는 덕수궁길, 정동길 등 익히 유명한 곳도 있지만 동네 주변 하천, 공원 옆 산책길도 있다. 또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도로변 단풍길도 소개돼있다.
올해는 지난해 선정된 96개 단풍길에 3개 노선이 추가됐다. 새롭게 추가된 곳은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목재 데크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강남구 대치1 연결녹지’, 고덕천변을 따라 미루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강동구 고덕천’, 노란 은행나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중구 정동길’이다. 단풍길 99곳의 규모는 총 154㎞로, 은행나무·느티나무·왕벚나무·메타세쿼이아 등 5만6천 그루가 있다. 전국 각 지자체도 동네나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단풍 명소를 소개 중이다.
10월29일 오후 서울 강북구 북한산에서 시민들이 암벽 등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단풍 풍경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서 나온다. 단풍이 알록달록하지 않고 색감이 예년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단풍이 잘 들기 위해선 서늘해야 하는데, 올해 가을이 따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단풍은 보통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광합성 기능을 저하하고, 이 과정에서 붉은색·노란색 등의 색소가 나오며 물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근 최저 기온은 평년보다 높다. 기상청은 2일 오전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3~10도 높게 기록한 곳이 많다며,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기온 1∼10도, 최고기온 15∼19도)보다 2∼9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10월29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 등산로의 나무에 단풍이 들었다. 연합뉴스
산림청은 ‘가을 단풍 예측 지도’를 공개하며 당단풍나무는 전년도에 비해 2일 정도 단풍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2009년부터 식물계절현상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단풍나무가 단풍이 드는 시기는 매년 약 0.33일씩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7~9월 평균기온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의 ‘가을 단풍 예측 지도’. 산림청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