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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생 69% “근로·수련 병행”

등록 2023-10-24 16:07수정 2023-10-24 19:42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의료기관에서 심리평가와 치료를 수행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생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앞서 한겨레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생들이 수련을 빙자한 노동으로 많게는 주 100시간씩 장시간노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기관 실태조사 중간 분석 결과’에는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수련과정을 이수한 10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이 가운데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2급 과정을 이수한 수련생은 175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부터 12월까지 정신건강전문요원(정신건강임상심리사·정신건강간호사·정신건강사회복지사) 수련기관 304곳에 대해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실태조사에 수련 과정 이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을 받은 175명 가운데 ‘수련과 근로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21명으로 전체의 69.1%였고, ‘병행하지 않는다’고 답한 쪽은 54명(30.9%)이었다.

의료기관에서 심리평가 및 치료를 수행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얻으려면, 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병원 등에서 3년간 수련을 받아야 한다. 정부 지침상 이들의 수련 시간은 1000시간으로 주당 2.5일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수련기관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상당수 수련생들은 수련과 근로를 병행하고 있다. 수련생의 업무는 ‘심리 검사 및 면담→보고서 작성→슈퍼비전(상급자 검토)’ 차례로 이뤄지는데, 실제 근로시간 대부분은 검사에 소진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를 초과노동으로 대신하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수련감독자(슈퍼바이저)는 “민간 기관은 전부 이윤을 추구하는데, 국가가 요구하는 수련 과목 대부분은 돈이 전혀 안 된다”며 “대부분 기관에서 진행할 수 있는 수련은 그나마 돈이 되는 심리평가이기 때문에 주5일 근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 수련생도 “수련에 필요한 이론 교육, 실습 교육 같은 경우 결국 근로시간이 끝나고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련과 근로를 병행했다고 답한 121명 중 47명(38.8%)은 ‘근로하는 날’의 평균 근로시간이 2시간 초과 8시간 미만에 해당한다고 답했고 △8시간 39명(32.2%) △2시간 이하 30명(24.8%) △8시간 초과 5명(4.1%) 순이었다. 실제 현장에서 근로와 수련 구분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근로시간은 훨씬 더 길 것으로 예상된다. 강선우 의원실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메타보이스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협회 소속 회원 509명(자격취득자 404명·수련생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과거 수련을 받았던 이들의 79.4%가, 현재 수련을 받고 있는 이들의 89.4%가 ‘근로와 수련을 구분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강선우 의원은 “노동과 교육이 구분되지 않는 환경에서 더 이상 이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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