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국정)에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생으로 일한 ㄱ씨는 입사 1년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석사 졸업 후 3년간 복지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수련을 받아야 심리평가 및 치료를 수행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얻을 수 있지만, 일주일에 많게는 100시간 가까이 일하는 수련환경을 견디기 힘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국정 어디에도 주 100시간이 넘는 ㄱ씨의 실제 수련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ㄱ씨의 수련일지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은 해마다 연초에 수련생들에게 직전 1년 치 수련일지를 한꺼번에 작성하도록 지시한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1년 수련기간을 100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월별·일별로 수련시간을 배분해 끼워 맞추는 식이다. 수련일지 작성에만 한달 가까이 걸린다.
국정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자격증 발급기관이자, 이들을 양성·훈련하고 수련기관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수련 환경의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기관이 되레 불법적 초과 노동 관행을 용인·은폐한 셈이다. 복지부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생들의 초장기 노동 관행을 다룬 보도 이후 수련기관 실태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때문에 국정 수련생들은 수련일지와 실제 수련 시간의 간극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1년차 수련과정은 이론(150시간)과 실습(830시간) 등을 맞춰 1000시간을 맞추도록 되어있고, 실습은 △심리평가(330시간) △개인·집단심리치료(150시간) △정신사회재활(150시간) △개별사례분석(200시간)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과거 국정에서 수련을 받은 ㄴ씨는 실제 ‘심리평가’에 투여한 시간만 928시간에 달했다. ㄴ씨는 “임상심리학회가 운영하는 전산망에는 심리평가 928시간을 입력했지만, 국정 수련일지에는 3분의1 수준인 280시간만 기재했다”며 “상급자로부터 실습일지를 축소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실제 시간보다 훨씬 적게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960시간의 심리평가를 하고 330시간만 기록했다는 ㄱ씨 역시 “국립정신건강센터 캐비닛 안에 있는 수련생들의 수련일지에는 사실이 하나도 없다. 조작된 장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수련받은 이들은 심리평가를 포함한 총 수련시간이 수련일지에 기록된 것보다 3∼4배 이상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법정 수련시간이 1000시간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수련일지를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전경. 사진 국립건강정신센터 누리집 갈무리.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