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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시엔 즉결처분”…가짜뉴스 계속 전파하는 진실화해위원장

등록 2023-10-17 18:05수정 2023-10-17 18:17

17일 전체위원회서 “전시에는 군 지휘관이 사법 판단”
1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4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왼쪽)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4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왼쪽)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연일 기관의 설립취지와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오해가 있었다”는 변명도 없이,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극우 강경 일변도로 나서는 정권과 코드를 맞추는 분위기다. 진실화해위 안팎에서는 “이런 수장이 있는 한, 더는 진실화해위의 존재 의의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0일 영천유족회원과의 면담과 13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잇달아 “전시에는 재판없이 죽일 수 있다”고 말했던 김 위원장은 17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위 제64차 전체위원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되풀이하며, 한국전쟁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거듭 쏟아냈다.

김광동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야당 추천 이상희 위원이 최근 ‘부역자 논란’으로 6개월째 보류중인 진도·영천 사건을 언급하다 김 위원장에게 10일과 13일에 했던 즉결처분 옹호 발언의 진의를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런 식의 즉결처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한 건지, 즉결처분의 정당성을 말한 건지”를 질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침략 세력에 가담해서 방화·살인·파괴 등 대한민국을 적대하는 가해 활동을 했다면 당시 전시 상황에서 즉결처분이 가능했다”면서 국감에서 자신이 했던 발언을 소개했다.

이 위원이 “당시 살인·약탈·방화에 가담한 사람도 비상조치령(비상사태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과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하게 되어 있었다. 그때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자 법치국가였다”고 반박하며 “그래서 즉결처분이 정당했다는 말이냐”고 재차 묻자, 김 위원장은 “사법제도가 무너진 게 전쟁이다. 계엄령이라는 것은 군 지휘관이 계엄권을 가지고 사법 판단을 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군 지휘관의 즉결처분이 정당하다는 논리였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4차 전체위원회에서 이상희 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4차 전체위원회에서 이상희 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광동 위원장은 이날 “즉결처분 자체가 재판”이라는 말도 했다. “재판이 열리지 않는데 어떻게 재판을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그러한 즉결처분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이상희 위원은 질의 초반에 “위원장님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위원회가 진실규명 업무를 계속 할 수 있는지 중대한 의문을 품는다.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기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즉결처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즉심이나 벌금형처럼 전시 즉결처분이라는 제도 자체가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1기 진실화해위 때 조사한 결과 찾지 못했다. 즉결처분은 군인들 일부가 잘못 알고 이야기를 전파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 말대로 백보 양보해서 전시에 즉결처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과거의 야만적인 법과 제도를 반성하고 그 피해를 규명하라고 만든 것이 진실화해위”라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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