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인사말을 하기 직전의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찰과 경찰의 파견 인력으로 내부 감사를 벌이기로 해 논란을 빚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외부 비판을 의식해 국정감사 이후로 감사 일정을 미뤘지만, 감사 자체는 두달 기한으로 진행하도록 방침을 확정했다. 외부기관 파견을 받아 내부 감사를 벌이는 건 이례적인 일로,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도 검찰과 경찰, 감사원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고강도 내부 감사를 진행한 뒤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해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감사의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16일부터 실시하기로 예정됐던 내부감사를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26일 이후로 미뤘다.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국정감사 기간 동안 내부감사를 벌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받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함께 지적받은 ‘검찰·경찰 파견 인력을 통한 내부 감사’ 방침은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이성만 의원(무소속)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동 위원장에게 “감사로 문제가 지적되고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그다음에 수사를 하는 것이다. 진실화해위 내부 감사는 행정안전부 감사실을 통해서 하는 게 적절해 보이니 재검토하라”며 “이런 식의 감사는 내부 직원 휘어잡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내부 감사는 김광동 위원장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삼는다. 송상교 사무처장이 감사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는 등 진실화해위 내부에서도 이런 식의 감사에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감사 업무를 관할하는 김헌준 기획운영관은 한겨레에 “내부 인사팀으로 감사를 진행할 여력이 안 돼 외부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며 “행안부 감사팀에도 의뢰했으나 보내줄 인력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내년 5월26일 활동기한 종료를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관을 비롯한 직원들 사이에서 기간 연장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광동 위원장은 가장 시급한 기간 연장 노력 대신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조사보고서를 보류해오며
‘부역자 찍어내기’ 논란을 빚어왔다. 김광동 위원장이 그다음 행보로 ‘내부 직원 찍어내기’에 나서는 건 아닌지 내부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10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영천유족회 회원과의 면담과 13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잇달아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고 말했던 김 위원장은 17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위 제64차 전체위원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되풀이하며 한국전쟁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야당 추천 이상희 위원은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반발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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