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6천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정에서 “검찰이 오해하는 그런 부정한 돈은 받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은 노 의원에게 돈을 준 사업가 박아무개씨의 아내 조아무개씨와 노 의원의 대화가 담긴 이른바 ‘부스럭 파일’을 재생했는데, 변호인은 ‘검사가 청취불능인 부분을 마음대로 해석해 인지편향을 유발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부스럭 파일은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노 의원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노 의원이 청탁받고 돈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있다”며 “노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발언해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빚은 녹음파일의 의미한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등 위반 재판에서 검찰은 노 의원과 조씨의 2020년 7월2일 대화 녹음파일을 틀었다. 검찰은 이날 조씨가 노 의원에게 1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녹음파일을 재생한 검찰은 “(조씨가) 가방 안에서 봉투 같은 걸 꺼내면서 소리가 부스럭거린다”며 “(그 뒤에) 자세히 들으면 조씨가 약간 목소리를 낮추며 ‘약주나 밥 사줄 때 필요하시잖아요’하면서 (돈 봉투를) 주는 게 들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이어폰을 꽂든지 다른 재생환경에서 들어보면 노 의원이 ‘저번에 저거 주셨는데 뭘 또 주네'라고 들린다” “좋은 환경에서 들으면 ‘저번에 그거 준 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들린다” 등의 주장을 했다.

이에 노 의원 쪽 변호인은 “검사의 재생 방법 보면 옛날에 코미디에서 팝송을 틀기 전에 어떤 말을 하면 그 말대로 들리는 식”이라며 “어떻게 들린다고 말하면 그렇게 들린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녹음파일에는) 노 의원이 이걸 ‘후원금으로 처리하려고 고민 중’이라는 대화가 나온다”며 “액수는 알 수 없지만 후원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500만원에 한참 모자란 금액이 든 봉투를 들고 간 것으로 (노 의원은) 기억한다. 공소사실에 나오는 1천만원은 아니라는 것이 저희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노 의원이 후원금 처리하려 했지만 당시 최고위원 선거 등 정치일정 때문에 후원금 처리를 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 의원은 사업가 박씨 쪽으로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 등에 대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5차례에 걸쳐 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